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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는 기뻐하지 않았다.

입력
2018.06.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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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모하메드 살라가 25일 사우디전을 치른 뒤 응원해준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운동장에서 나오고 있다. 볼고그라드=AFP 연합뉴스.
이집트 모하메드 살라가 25일 사우디전을 치른 뒤 응원해준 팬들에게 박수를 치며 운동장에서 나오고 있다. 볼고그라드=AFP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월드컵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전. 이집트 모하메드 살라(26ㆍ리버풀)는 전반 22분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절묘한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월드컵 첫 필드골이자,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지만 살라는 웃지 않았다. 골 직후 담담하게 운동장에 키스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했을 뿐 별다른 기쁨을 표시하지 않았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상태에서 고국에서 자신을 응원해 준 이집트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이후 살라는 전반 24분 상대 골키퍼와의 1대 1 기회를 만들었고, 33분에는 동료 트레제게(24ㆍ카심파사)에게 날카롭게 패스를 찔러주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기 결과는 1-2 역전패. 팀이 졌는데도 살라는 이례적으로 경기 최우수 선수(MOM)에 선정됐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의 축구 영웅이었던 만큼 살라는 월드컵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는 5골을 넣으며 이집트를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려놨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는 대형 사진과 벽화가 곳곳에 내걸렸고, 고향 나그리그에는 살라의 이름을 딴 학교가 생기는 등 이집트 내에서의 ‘살라 신드롬’은 대단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한 뒤엔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람자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대통령이 살라를 체제 선전에 이용됐다는 보도도 나왔고, 이집트 축구협회가 대표팀 선수들의 호텔에 체첸 공화국 고위인사들의 출입을 허용하는 바람에 살라와 축구협회 간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안팎으로 지친 상황에서도 살라는 그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지만, 팀의 3전 전패라는 성적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살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험이 부족했다. 모든 이집트 국민들께 죄송하다”면서 “2022년 월드컵에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4년 후를 기약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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