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제조업체 180곳 조사결과 발표
근로시간ㆍ최저임금 “기업경영 부담”
“정책 효과 위해선 제도 보완 시급”
“바뀐 노동환경 적응 시간적 배려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최근의 고용환경 변화가 기업경영에 실질적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하반기 신규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부산상의(회장 허용도)는 26일 최근 고용환경 변화에 따른 부산 제조업 대응 실태 및 모니터링 조사결과를 내 놓았다. 조사대상은 부산지역 제조업체 180개로, 개별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도 병행했다.
조사결과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 조사기업의 62.8%였고, 17.8%는 “채용계획이 불확실하다”고 응답했다. 조사기업 10개중 8개 기업이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는 것으로, 하반기 부산지역 고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는 경기 부진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가 주 요인이겠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환경 변화가 기업경영에 실질적인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기업 중 300인 이상 기업의 66.7%, 50인 이상~300인 미만 기업의 65.8%, 5인 이상~50인 미만 기업의 43.9%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부담이 컸다.
이는 근로자수가 많을수록 임금총액 부담이 크고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한 유예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당장 다음달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데 반해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까지 3년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다.
기업별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370명의 근로자를 둔 전자부품 제조기업 A사는 사내 TF팀을 구성하고 추가 채용, 인력 전환배치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철강 제조업인 B사도 기존 연장 근로와 특근 실태, 최저임금 인상과 추가 채용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종합적인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와는 달리 50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시행이 3년 뒤라 현재는 큰 영향이 없다”라거나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많았다.
근로자가 50인 미만으로 기체여과기를 제조하는 C사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3년 뒤라 현재 큰 영향은 없다”고 했고, 고무가공 업체인 D사도 “3년의 유예기간이 있어 현재 특별한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 분명 부담 요인이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지역 기업의 대다수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물은 결과 응답기업의 71.7%가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기업의 대응 방안도 ‘유연근무제’ 10.6%, ‘집중근무시간 관리’ 8.9%, ‘설비투자 확대’ 3.9% 등 기존인력의 활용과 자동화 설비투자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었고, ‘신규채용’은 1.7%에 불과했다.
실제 전기배선기구를 만들고 있는 E사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해 추가 인력 채용을 최소화하고 공장자동화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화학섬유 제조사인 F사도 “공장자동화율을 높여 대응하고 있지만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른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서도 응답기업 78.9%가 “대응책이 없다”고 했고, 오히려 ‘신규채용 축소’ 9.4%, ‘기존 인력 감축’도 6.1%나 됐다.
한편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 현장 영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지역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 생산과 납기 차질, 근로자의 실질임금 감소 따른 노사 마찰 등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열교환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E사는 신규채용을 해야 하는 직접 임금부담 증가 외에도 복리후생비, 식대, 4대 보험료 등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 요인이 있어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휴일근로가 관행화 되어 있는 G건설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에 대한 압박과 공기 내 준공을 위한 불가피한 추가인력 투입에 따른 비용부담을 예상하기도 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정책의 실효적 목표인 일자리 확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기업현장에서의 실질적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기업이 바뀐 노동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충분한 시간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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