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는 환골탈태한 LG의 막강 타력 속에 잊혀져 가는 존재가 있다. 시즌 초 LG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아도니스 가르시아(33)의 기나긴 재활이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지난 4월 17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던 가르시아는 당초 길어도 한달 남짓이면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으나 통증이 도져 재활이 장기화됐다. 최근에서야 방망이를 잡고 타격 훈련을 시작해 주루, 수비까지 실전 감각을 쌓으려면 앞으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가르시아가 시즌 초반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는 하나 즉시 전력으로 쓰기 위해 데려오는 용병이 두 달 이상의 공백이라면 대안을 찾는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LG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4번타자 용병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달가울 리는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LG 타선은 가르시아가 빠지고 이형종의 가세하면서 더욱 불이 붙었다. 용병 없이 팀 타율 3할을 자랑하는 팀이다. 지금처럼 빈틈 없는 타선이라면 가르시아가 돌아와도 행복한 고민이다. 이렇다 보니 류중일 감독도, 구단도 서두르지 않게 됐다. 부상이 재발한 뒤에는 재활 스케줄을 아예 가르시아에게 일임했다. 류 감독은 “좀더 천천히 올리려 한다. 무리해서 다시 다치면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당장 급하지 않을뿐더러 장기적인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석환이 가르시아의 빈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지만 올 시즌 후 입대가 유력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 오지환이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을 경우 가르시아만 붙잡아 둔다면 LG는 내년 시즌도 큰 전력 손실 없이 맞을 수 있다.
가르시아는 데뷔 초반 잠시 적응기를 거치더니 공수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류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슬러거는 아니지만 탁월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정교한 타격 실력과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KBO리그 연착륙을 예고했다. 짧은 검증 기간이었지만 가르시아만한 용병 3루수를 찾기 어렵다는 류 감독과 LG의 판단에서 비롯된 포석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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