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선민(38)씨는 10년 만에 신차를 뽑기로 결심했다. 4,000만원대의 실내공간이 넓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에서 고르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SUV 현대차 싼타페를 1순위로 꼽았다가, 최근 출시된 한국GM 이쿼녹스, 폭스바겐 티구안, FCA 레니게이드 등 수입차와 비교하며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수입 SUV의 크기는 싼타페보다 작지만 만족할만한 성능에, 해외에서도 비교적 평가가 우수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김씨는 “싼타페 디젤2.2 모델을 사려면 4,000만원이 드는데 비해, 경쟁 수입 모델들은 여러 프로모션을 활용하면 3,000만원대 중ㆍ후반이면 살 수 있어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수입 자동차의 점유율이 매달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5대 중 1대가 수입차일 정도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디젤게이트 사태 이전에 판매 1위 업체였던 폭스바겐 그룹까지 합류해 수입차 점유율은 역대 최고가 될 전망이다.
2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11만6,798대로, 전년 같은 기간(9만4,397) 대비 23.7% 증가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인 2015년의 24만3,900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올해 5개월 동안 매달 2015년 동월보다 판매가 많게는 42.4%나 많이 팔리며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62만8,298대를 판매해, 수입차의 국내 신차 판매 비중은 18.6%까지 올라갔다. 국내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2010년 6.9%에서 2017년 15.2%까지 급증한 상태다. 수입차 판매량 1위인 벤츠는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3만4,821대나 돼 국내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차(3만3,800) 한국GM(3만2,968)을 제치고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현재 수입차 업체는 26개 브랜드에서 1.4ℓ 소형 세단부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SUV, 스포츠카 등 500개 이상의 다양한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가격도 2,000만원 초반부터 형성돼 있어 진입 문턱이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수입차 판매 증가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부진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GM은 2월 군산공장 폐쇄 여파로 최근까지 거의 판매를 못 했고, 현대ㆍ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도 오랜 기간 신차를 내놓지 못해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이다.
그 사이에 수입차는 다양한 차종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업체가 2015년 디젤게이트 사태로 판매가 중단됐던 폭스바겐과 아우디다. 이들 업체는 A6, 파사트, 티구안 등을 최근 2달 동안 집중 출시하며 많게는 차 가격의 10% 내외를 할인해주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지난달 단숨에 수입차 판매 3위 자리를, 아우디는 5위를 각각 꿰찼다. 벤츠, BMW, 재규어, 랜드로버, 지프 등도 모델 변경이 얼마 안 남은 차종 위주로 매력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이런 마케팅 전략뿐만 아니라 수입차 업체들이 그간 판매ㆍ서비스망을 늘리며 편의성을 높인 것도 판매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BMW코리아의 경우 전국에 81개 서비스센터(BMW 60개ㆍMINI 21개)를 운영하며 주말ㆍ공휴일에도 이용 가능한 ‘365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최근 경기 안성 부품물류센터를 기존의 2배 가량 확장해 안정적 부품 수급이 가능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프리미엄급 수입차 브랜드는 국내 업체 못지 않게 서비스센터 이용이 편리해졌다”며 “수입차만 전용으로 취급하는 유지ㆍ보수 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앞으로 점점 수리 정비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수입 업체들은 다양한 신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벤츠는 베스트셀링카인 C클래스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BMW는 인기 SUV인 X2ㆍ4를, 폭스바겐은 플래그십 세단 아테온을, 볼보는 XC60 등을 각각 하반기에 내놓는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가격, 서비스 등에서 격차가 수입차와 줄어든 상황이어서, 국산 차의 품질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방에서 점유율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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