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 사직 의사 안 밝혔는데
검찰과가 제출 보고서 작성
사표 받으려 부당 인사 가능성 커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검사가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을 당시, 법무부 검찰국이 서 검사가 내지도 않은 사직서 처리 준비를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당시 검찰국이 서 검사의 사표를 받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인사를 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안태근 전 검사장 공판에서, 검찰은 서 검사에 대한 2015년 하반기 인사가 부당했음을 밝히는 증거를 내놓았다.
당시 여주지청 경력검사로 복무 중이던 서 검사는 그대로 있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청장 역시 그의 뜻을 받아들여 법무부 측에 전달했다. 근무지를 3곳 이상 거친 검사인 경력검사는 후배들의 사건 처리를 돕는 역할을 하는데, 업무가 많아 대개 이후 인사에서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서 검사는 뜻밖에 비선호 근무지인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 경력검사로 있던 이가 또 다른 지역의 경력검사로 발령 난 것은 서 검사가 유일했다. 서 검사는 인사 직후 사직 의사를 표했으나 지청장 만류로 사직서를 내진 않았다.
그러나 수사단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서 검사가 제출하지도 않았던 사직서가 이미 검찰국 검찰과에 제출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여주지청에서 서 검사의 사직 의사를 법무부에 알리지 않았는데도 검찰과가 사직원 제출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서 검사 사직을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검찰 조직 내에 확산되자 당시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입지에 불안을 느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안 전 검사장 측 변호인은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만, 혹시 알았다 해도 보복인사로 도리어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인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서 검사는 본인 뜻에 따라 인사 10일 전까지 여주지청 유임이 검토됐고, 인사 3일전엔 전주지검 발령이 인사위원회까지 거쳤는데, 결국 하루 전에 통영행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검찰국 인사 담당자가 애초 통영지청으로 예정됐던 최모 검사에게는 두 번이나 의사를 물었고, 최 검사가 난색을 표하자 서 검사에겐 한 번도 의사를 묻지 않고 통영에 발령 냈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