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시 월급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감소
낮은 수익률ㆍ성과연봉제도 DB형 연금에 불리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인 대기업 직원 박철응(55ㆍ가명)씨는 최근 퇴직연금을 확정급여(DB)형에서 확정기여(DC)형으로 갈아탔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경우 DB형 퇴직연금의 산출 기준인 ‘퇴직 시점의 급여’가 급감해 연금액이 줄어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이 월급과 연동되는 DB형 퇴직연금 대신 본인이 직접 운용하는 DC형 퇴직연금으로 갈아타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낮은 임금상승률 등 임금구조 변화로 DC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간한 ‘행복한 은퇴발전소’에 따르면 2009년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의 20%에 불과했던 DC형 가입자는 2016년 40%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DB형 가입자는 77%에서 57%로 줄어들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DC형 가입자가 늘어나는 주요인으로 임금피크제 본격화를 꼽았다.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을 경우 DB형 가입자는 연금액이 줄어든다. DB형 연금은 통상 퇴직 직전 3개월 간의 급여를 기준으로 퇴직금 지급액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30년을 근속하며 월급 600만원을 받고 있는 박철응씨가 올해 퇴직할 경우 퇴직급여는 1억8,000만원(600만원×30년)이지만,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여 내년부터 정년까지 5년 더 일하되 월급을 300만원만 받는다면 퇴직급여가 1억500만원(300만원×35년)으로 줄어든다. 박씨의 선택처럼 올해 금융상품 수익률과 연동된 DC형 퇴직연금으로 변경하고 퇴직 시점까지 5년간 연 4%의 수익을 올린다면 퇴직급여 총액은 2억4,200만원으로 늘어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낮은 임금상승률 ▦성과연봉제 확대 ▦짧은 근속연수 등도 퇴직연금 갈아타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임금상승률이 금융상품의 수익률에 못 미치거나, 성과연봉제가 적용돼 퇴직 전 임금수준을 예측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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