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수는 솔직담백했다. 그가 앉은 자리에선 어김없이 웃음꽃이 핀다. 거침없어 보이지만 예의 바르고 따뜻한 매력이 있는 사람.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고 싶지만, 출연 제안이 많지 않다며 웃는 모습에서 관록의 여배우답지 않은 소탈함을 엿볼 수 있었다.
25일 오후 스타한국과 만난 조민수는 어깨를 드러낸 흰 셔츠에 청 반바지를 입은 채 환한 얼굴로 인터뷰에 응했다.
4년 만의 복귀작 '마녀'(감독 박훈정)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조민수는 닥터 백 캐릭터를 위해 섬세한 감정 표현은 물론 외적인 변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외적인 부분도 참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가 영화에선 렌즈를 껴요. 감독님이랑 상의하고 검증을 다 받았죠. 자세히 보면, 십년 전의 눈 색깔과 십년 후가 달라요. 세월이 지나며 약간 퇴색되는 거죠. 그런 거까지 신경 써서 분장을 했어요."
제작진과 세세하게 의논하고 완성한 닥터 백의 스타일이 조민수는 너무 좋았단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만족도도 꽤 높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초 닥터 백은 남성 캐릭터였지만 조민수가 캐스팅되면서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처음 시나리오 속 인물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원래 감독님이 쓸 때는 약간 감정 표현이 센 남자였어요. '닥터 백 양아치 같은 년'이란 대사가 있거든요. 그 말 그대로 양아치 같은 스타일이었죠. 감독님과 많이 상의를 해서 바뀐 지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감독님이 원했던 건 그대로 갔죠. 어투도 고치지 않았어요."
'마녀'가 시리즈물로 기획된 만큼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출연한 배우들 모두 높은 상황이다. 물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야 속편 제작이 가능한 게 현실. 조민수는 베일에 쌓인 캐릭터로, 속편이 제작된다면 무조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은 우리 마지막 대본이 그게 아니었는데 좀 바뀌었어요. 마지막 촬영 끝나고 감독님이 '며칠 시간 더 있냐'고 묻더라고요. ‘괜찮다. 저 할 거 없다’ 그랬죠. 촬영 할 게 남았다고 해서 대본을 받았어요. 두 번째(속편)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기고 좋았어요. 하하."
지난 1986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한 만큼, 드라마에서 조민수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드라마는 지난 2013년 방송된 SBS '결혼의 여신'이 마지막 작품이었다.
"드라마요? 너무 하고 싶죠. 일이 안 와요.(웃음) 이번에 '마녀'를 보고 일을 좀 주셨음 좋겠네요. '무법 변호사'에서 이혜영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봤는데 멋지더라고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에요. 이번에 드라마 보면서 박수쳤어요."
조민수는 굳이 주인공을 고집하지 않는다. 작은 역이라도 극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인물이라면 얼마든지 선택할 의사가 있다고.
"분량이 적어도 의미가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마녀'에서도 제가 빠지면 얘기가 안되거든요. 많이 찍어도 편집에서 잘리는 역이 있고, 죽어도 써야 하는 역할이 있잖아요. 제가 박훈정 감독님한테 농담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몇 개 안 되는데 잘라냈으면 우리 인연 잘라요'라고 했죠. 하하."
혹시 조민수에게도 편집에 대한 아픔이 있었던 걸까? 다행히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연기자가 생각하는 거랑 다르게 감정적인 걸 잘라내면 속상하잖아요. 연기한 입장에서 절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마녀'는 편집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았어요. (촬영이 끝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대중과 어떻게 소통할까 고민하고 만드는 과정이니 배우가 빠지는 게 맞죠."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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