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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전폐쇄는 혈세낭비 아닌 전환 비용의 분담

입력
2018.06.25 14:02
수정
2018.06.2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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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는 사연이 많은 원자력발전소다. 박정희 정권 시절 핵무기 개발을 위해 중수로 방식으로 지어진 탓에 다른 지역 원전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이 월등히 많다. 지반의 안전성은 1970년대부터 우려의 대상이 됐다. 설계수명 종료를 앞두고 대대적인 설비 교체 공사를 벌여, 수명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지탄도 받았다. 3년 넘는 공방 끝에 2015년 가까스로 수명연장이 허가되었지만 이내 무효소송에 휘말렸다. 절차적 정당성 상실을 이유로 1심에서 수명연장 무효판결이 내려진 건 지난해의 일이다.

신규 원전 부지였던 삼척과 영덕도 원자력발전과 악연이 깊다. 삼척과 영덕은 1980년대 말부터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나 신규 원전 부지로 지목되면서 수 차례 격렬한 갈등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주민투표를 통해 신규 원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묵살당했다. 그 동안 주민들이 겪은 고초, 절차적 정당성 논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문제와 원전사고 위험을 생각하면 월성 1호기의 폐쇄와 신규 원전사업 철회는 진작 이뤄졌어야 할 일이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공식화되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재차 확인되면서 사회적 공감대도 높다. 최근 실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84.6%에 달한다.

그러나 산업계와 학계, 언론계를 아우르는 찬핵집단은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을 계속 흔들고 있다. 이들은 월성 1호기의 폐쇄와 신규 원전사업의 철회를 매듭짓는 데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쓰이는 것까지 혈세 낭비라 비판한다. 반면 그 동안 숱한 비판이 제기돼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원자력 연구개발을 위한 쌈짓돈처럼 사용해 온 것에는 침묵했다. 이들은 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걱정은 늘어놓으면서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시민들의 탈핵 열망은 보지 못한다.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니 신속하게 방향을 바꿔 잠재적 비용을 줄이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가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원전 폐쇄와 신규 원전사업의 종결을 위해 공적 재원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와 고통을 분담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전환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떠안을 충격을 완화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전환 비용에 가깝다. 그 동안 값싸게 전기를 이용하는 대가로 특정 지역의 희생을 요구해오지 않았는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제시한 재생에너지 기본지원금 인상에 더해 사용후핵연료 보관세와 같은 추가적인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전환을 위한 지원과 보상이 풀뿌리 찬핵집단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정부 대책 중 지역별 에너지재단을 설립하여 각종 지원금과 기금을 투명하게 사용하는 방안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 지역경제의 원전 의존성을 낮출 방안은 한층 구체화해야 한다. 장기적인 전환 비전에 따른 지역발전계획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면 탈핵 정책은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져 주민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내에 에너지 전환의 주체를 키워야 하는 일인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달리 우회로도 없다. 단순한 보상을 넘어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전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덕화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홍덕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홍덕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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