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개봉한 느와르 영화 '테러리스트'는 당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최민수를 비롯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허준호와 유오성은 23년이 지난 지금, 안방극장에서 나란히 활약 중이다. 세 배우 모두 번뜩이는 눈빛의 악역으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이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테러리스트'는 고아인 사현(이경영), 수현(최민수) 형제가 함께 경찰의 꿈을 키우지만, 서로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동생 수현은 초임지에서 과잉방어란 명목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3년형을 살게 된다. 이후 평생의 꿈과 친구마저 잃은 수현은 무법의 테러리스트로 변신하고, 형 사현은 일대 혼란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동생인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이 작품에서 최민수는 수현 역을 맡았고 허준호는 수현의 친구 상철, 유오성은 점표 역을 맡아 열연했다.
현재 최민수는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에서 안오주 역으로 분해 안방극장에 긴장감을 감돌게 하고 있다.
오주그룹 회장 안오주는 젊은 시절 '자갈'로 통했던 어시장 깡패다. 그러나 지금은 향토기업의 댄디한 회장님으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신분이 상승하면서 위협적 눈빛을 감추고, 사람 좋은 얼굴로 본색을 숨기지만 누구보다 위험하고 야망에 찬 인물이다.
최민수는 뱀처럼 이글거리는 눈빛과 아무도 못 말리게 폭주하는 모습으로 안오주 역에 완벽하게 빙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23일 방송에서는 서예지(하재이 역)의 제안을 받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극 전개에 궁금증을 더했다.
최민수와 ‘테러리스트’에서 우정을 나눴던 허준호는 MBC '이리와 안아줘'로 오랜 연기 내공을 뽐내고 있다.
허준호가 연기하는 연쇄 살인범 윤희재는 병적 거짓말로 상대를 통제하고, 죄책감이 결여된 공감 능력 제로의 인물이다. 충동적이고 자극을 추구하는 그는 통제 불가의 위협적 존재다.
소름끼치는 표정과 몸짓으로 윤희재 캐릭터를 100% 완벽하게 소화한 허준호는 '이리와 안아줘' 시청률 견인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극적으로 돌변하는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끝으로 유오성은 KBS2 '너도 인간이니?'에서 서종길 역을 맡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서종길은 PK그룹 총괄이사로, 표면적으론 대인다운 풍모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남건호 회장(박영규)의 충복인 척하지만 마음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 회장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야심가로, 악의 중심에 있는 남자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유오성은 “(드라마는) 2년 만이다. 영화처럼 기대와 긴장이 둘 다 된다"며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차영훈) 감독님과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하게 된 작품"이라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한 바 있다.
'너도 인간이니?'를 통해 유오성은 감독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대에도 부응하며 극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극 중 딸로 등장하는 박환희는 유오성에 대해 “아버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말 딸처럼 많이 챙겨주셨고 연기적으로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함께 고민해 주셨다”며 고마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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