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장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고위층 잇단 '봉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 무관용 정책'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봉변을 당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어젯밤 버지니아 렉싱턴의 레스토랑 '레드 헨'에서 주인으로부터 내가 미국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나는 정중하게 레스토랑에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녀의 행동은 나보다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나는 의견이 다른 이들을 포함해 사람들을 존경심을 갖고 대하고자 최선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스토랑 주인 스테파니 윌킨슨씨는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사연은 이렇다. 당시 집에 있었던 윌킨슨씨는 셰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샌더스 대변인이 식당에 손님으로 왔는데 어떡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약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예약은 샌더스 대변인 남편 이름으로 8석을 했다고 한다. 윌킨슨씨가 식당에 도착했을 당시 그들 테이블엔 치즈 플레이트가 놓여 있었고, 주방에선 이미 메인 요리를 준비 중이었다.
윌킨슨씨는 직원들에게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말해보라. 샌더스 대변인에게 나가 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하자, 직원들은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 중 몇몇은 동성애자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샌더스 대변인이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복무를 금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옹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모두들 불법 이민자의 부모-아동 격리정책을 변호하며 질문을 피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윌킨슨씨는 밝혔다.
윌킨슨씨는 샌더스 대변인 일행에게 다가가 자신을 소개하고 잠시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청했다.
그는 "우리 레스토랑은 정직, 연민, 협력과 같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샌더스 대변인은 즉각 '좋다. 가겠다'고 말한 뒤 소지품을 챙겨 나갔다고 WP에 전했다.
그는 "그들은 계산을 하려 했지만, '괜찮다. 무료제공'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윌킨슨씨는 "샌더스 대변인은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잔인한 정책들을 옹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반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사업을 하고 있고 그게 잘 되길 바란다"면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편한 행동이나 결정도 해야 하는 순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일이 벌어져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의 이 같은 '봉변'은 레스토랑 종업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종업원은 "오늘 밤 백악관 대변인이 레스토랑에서 쫓겨났다"면서 "주인은 샌더스 대변인과 그 정당(공화당)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후 레스토랑 주인의 '처분'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식당 리뷰 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평가가 크게 엇갈렸고, '엉뚱한' 관심 세례에 워싱턴DC에 있는 동명의 레스토랑은 버지니아의 '레드 헨'과는 다른 곳이라고 별도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당시 레스토랑에 동행했던 샌더스 대변인의 아버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트위터에서 "레드 헨 레스토랑 메뉴에 '편협함'이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아니면 '증오의 요리'를 주문할 수 있다. 그리고 애피타이저는 '속 좁은 사람을 위한 작은 요리'"라고 비꼬았다.
최근 이민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도 백악관 근처 멕시코 식당에 들렀다가 고객들로부터 '수치'라고 항의를 받고 식당을 빠져나간 바 있다.
고위 당국자들의 잇따른 봉변을 놓고선 정치적 성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고 의회전문지 더 힐은 전했다.
더 힐은 "레스토랑 주인의 '무관용'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많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저항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찬성하는 의견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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