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첫 해외 월드컵 현장 응원
모스크바 구세주 대성당도 방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멕시코 경기를 현장에서 응원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를 출발, 로스토프나도누 플라토프 공항에 도착한 뒤 경기가 열리는 로스토프아레나를 방문했다. 이번 경기는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로,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문 대통령은 1차전에서 스웨덴에게 패한 축구 국가대표팀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붉은색 응원 목도리를 목에 걸고 응원에 나섰다. 전반전이 끝나고 함께 관전했던 지안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그래도 (전반전에) 2, 3번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아쉽다”며 “한국이 뒷심이 강하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경기 응원에는 부인 김정숙 여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도 함께 했다. 경기는 아쉽게 1-2 패배로 끝났다.
문 대통령은 경기 종료 직후 선수 락커룸으로 이동해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코치진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신태용 감독과 코치진, 23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함께 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팀 월드컵 경기를 대통령이 직접 관전하고 선수들을 격려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 개최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경기장을 찾은 경우가 있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다.
월드컵 관전과 선수 격려를 마친 문 대통령은 2박 4일 동안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일정을 끝내고 귀국 길에 올랐다. 21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19년 만에 러시아를 국빈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 최초로 러시아 하원 두마에서 연설했다. 또 22일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도 가졌다.
월드컵 관전에 앞서 문 대통령은 모스크바 마지막 일정으로 김 여사와 함께 구세주 대성당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성당에서 문일라리온 러시아정교회 대주교와 러시아정교회 발전과 한러 종교단체 간 다양한 교류와 소통 방안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러시아정교회와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이 협력해 개최한 한국 사찰음식ㆍ러시아정교회 음식 교류 문화행사가 종교 간 대화와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어 구세주 대성당 주임신부의 안내를 받으며 오전 11시 30분부터 낮 12시 20분까지 성당 내부를 둘러봤다. 성당이 구소련 스탈린 집권기에 파괴됐다가 복원됐다는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종교는 아편이라는 이유 때문에 파괴했던 것인가”라고 물은 뒤 “그런 종교박해를 그토록 오래 받고도 다시 신앙이 살아나는 걸 보면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성당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모스크바 시 전역을 둘러봤다. 성당 주임신부가 고층건물이 즐비한 모스크바 시내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만 고도제한을 풀었다”고 설명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도 그래야 한다”며 “그래야 도시가 전통을 보전하면서도 현대적 미를 아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성당 방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방명록에 김 여사 이름과 함께 ‘한반도와 대한민국에 평화를 주소서’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어 노보데비치 수도원 근처 조지아식 식당으로 이동해 수행원들과 함께 점심을 하고 근처 호숫가를 산책한 뒤 월드컵 2차전이 열리는 러시아 남부 항구도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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