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러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 대전환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나아가 유라시아 공동 번영을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하자는 게 핵심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1일 저녁 아시아 국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러시아 하원 ‘두마’에서 한 연설에서 “유라시아가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한국과 러시아의 우정으로 활짝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거대한 외교안보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 한러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중국과 함께 북한에 대한 영향이 지대한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한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한 이유다. 푸틴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ㆍ안정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고무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놓고 있어 북러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남북경협 활성화가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최근 일련의 한반도 상황 변화가 이 같은 전망을 밝게 한다는 데 공감하고, 그 준비 작업으로 한러 유관기관 간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 하원 연설에서 밝힌 “가스ㆍ철도ㆍ전력ㆍ조선ㆍ일자리ㆍ농업ㆍ수산ㆍ항만ㆍ북극항로 개척 등 9개 중점 분야(9개 다리 전략)의 협력 강화”도 남북러 3각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19년 만의 러시아 국빈 방문과 공동성명 채택이 진보 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한민족의 활로로 꿈꿔 온 유라시아 진출 실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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