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재신임을 묻자니까 그걸 뭉개고 의원총회를 마무리 하던데요.”
2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총을 지켜보던 당 관계자 얘기다. 6ㆍ13 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을 주도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행보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말은 하는데 그의 실제 행보를 보면 “모든 걸 본인이 하겠다”는 것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김 권한대행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18일 혁신안 발표 때부터 시작됐다.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 해체’라고 얘기를 내뱉어 놓고 논란이 되자, 백브리핑에서 ‘중앙당 해체는 아니다’라고 말을 번복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당의 첫 수습방안을 내놓는 순간부터 말을 바꾸면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김 권한대행 주도의 당 수습을 지지하는 한 중진의원도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만 했으면 됐는데 굳이 많은 얘기를 꺼냈다”고 지적했다. 이 혼란의 와중에 김 권한대행이 사무총장과 당 대변인 등 일부 당직 인선까지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가 돌자, 당 내부에서는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긴다고 해놓고 본인이 당직 인사까지 하면 도대체 어떤 외부인사가 ‘전권 위임’ 약속을 믿고 들어오겠느냐”며 답답해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 김 권한대행은 수석대변인에 윤영석 의원을 임명했다.
문제는 김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가 청산 대상인 친박계 의원들에게 역공의 빌미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안 발표 이튿날 김 권한대행은 별도로 ‘복당파’ 모임을 가졌다. 김성태표 혁신안에 대한 협조를 구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절대 중립을 지켜야 할 권한대행이 자신이 속했던 계파 모임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당시 복당파 모임에 참석한 박성중 의원이 이른바 ‘친박 청산 메모’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중립성은 더욱 의심을 받는 분위기다. 김 권한대행이 뒤늦게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을 자초하는 것은 어떤 경우든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의 말을 귀담아듣는 분위기는 아니다.
친박계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도대체 누가 누굴 탓하고 심판한다는 것이냐”며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 수습은 고사하고 고질적인 계파갈등만 도지면서 점점 ‘도로 한국당’으로 후퇴하는 모습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22일 “정말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다”라고 했는데, 그 망령이 되살아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치부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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