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틀 간격으로 연이어 대량 발견된 붉은불개미가 생식과 번식을 위한 '결혼 비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국내 항만에서 알을 낳고 대량으로 번식하는 단계 '직전'까지 간 셈이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부산항 허치슨 부두 야적장에서는 개미집 11개와 공주개미 11마리, 일개미 3,000여마리, 알 150여개가 발견됐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단일 건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당국은 그러나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공주개미가 날개가 달린 채 발견됐고 수개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공주개미가 결혼 비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암컷 개미 가운데 번식 능력이 있으면 여왕개미, 없으면 일개미가 된다. 여왕개미가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아 몸집을 키우고, 온도 조건까지 맞으면 짝짓기를 하는 결혼 비행에 나서게 된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공주개미(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와 수개미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면서 짝짓기 비행을 하게 된다"며 "이후 지상에 떨어지면 개미집을 형성하고 군집을 만들어 간다"고 설명했다.
이 비행은 보통 200m까지 올라가고, 바람 등의 영향에 따라 주변 수㎞까지 개미가 퍼질 수도 있다. 이후 여왕개미는 날개를 떨어뜨리고 체내 영양분을 이용해 알을 낳으며 번식해 나간다. 처음 낳은 알이 부화해 성체가 되는 데엔 30∼40일이 걸린다. 이번 부산항 사례에서는 일개미 수천 마리와 알 150여 마리가 나왔다. 외국이나 부산에서 이미 한 차례 번식에 성공했고, 부산에서 다음 세대를 꾸려가기 위해 번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자칫 국내에서 대량 번식이 일어날 뻔한 것이다.
노 부장은 그러나 "결혼비행을 국내에서 한 것인지, 외국에서 하고 묻어 들어온 것인지는 확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개미 전문가인 류동표 상지대 교수는 "다른 군집이 있었다면 그곳에서 교미해 퍼질 수 있겠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이 150여개 발견됐지만, 이제는 일개미가 관리해줄 수 없어 부화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붉은불개미가 최근 잇따라 대량으로 발견되자 코코넛껍질이나 나왕각재 등 32개 품목에 대해서는 컨테이너 전체를 열어보는 등 부랴부랴 검역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검역 당국이 손댈 수 있는 화물은 식물 관련 화물로 전체의 5%에 불과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 부장은 "1년에 국내에 수입되는 1,300만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일일이 개장 검사하면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며 "이 때문에 화주가 붉은불개미를 발견하면 신고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붉은불개미의 독성은 꿀벌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은 있지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의 '곤충 독성지수'에 따르면 붉은불개미의 독성 지수는 1.2다. 이는 꿀벌 1.0보다는 높지만 작은말벌 2.0, 붉은수확개미 3.0, 총알개미 4.0 보다는 현저히 낮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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