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고 하면서 이 정도도 참지 못하냐.” “말 안 들으면 죽여 버리겠다.”
2016년 8월 데뷔한 5인조 남성그룹이 연예계 생활을 하며 숱하게 들은 소리다. 길게는 10개월, 짧게는 3개월간의 혹독한 연습기간을 거치면서도 ‘이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란 믿음으로 버텼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소속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일정을 관리해줄 매니저가 없어졌고, 숙소 월세도 장기 미납돼 집주인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가수 활동에 필수적인 보컬, 댄스 레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무대에 오르기 위한 머리손질과 화장도 자비로 해결해야 했다. 소속사는 가장 기본인 식대조차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 소속사 사장은 “한 끼 안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라며 하루 두 끼 지원도 아까워했다.
사장은 폭언과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평소에도 욕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내 말 안 들으면 업계에서 매장시켜버린다”는 식으로 공포를 조성했다. 수익 배분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공연은 통상 1회에 1,000만~2,000만원짜리 계약서가 오갔고, 소속사 사장 스스로 일본에선 3개월에 3억원 정도 수익이 난다고 자랑스레 말했으나 정작 멤버들에겐 1원 한 푼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멤버들은 “소속사가 각종 계약 의무를 위반해 계약이 해지됐다”라며 전속계약 부(不)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멤버들 손을 들어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최희준)는 “채권자(5인조 남성그룹 멤버)들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소속사)가 전속계약에 따른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를 소명할 자료 또한 없으므로 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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