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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원로 “한국당, 산골 들어가 밥 끊고 반성부터 하라”

입력
2018.06.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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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원로가 분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산골에 들어가 밥을 안 먹더라도 처절하게 자기 비판부터 하고 나서, 책임을 묻든 쇄신안을 내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인사 영입 움직임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외부 사람을 불러 수습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부총재, 경선관리위원장 등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22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를 통해 “한국당이 제대로 된 개혁안을 내려고 하면 1단계는 모두가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골로 들어가서 이틀이고 사흘이고 밥을 안 먹더라도 우리가 왜 이 꼬라지(꼬락서니의 방언)가 됐는가 처절하게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고 거칠게 지적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앞서 한국당은 6ㆍ13 지방선거 참패 수습방안 논의를 위해 21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5시간 내내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사퇴 요구와 친박ㆍ비박 간 감정 싸움만 이어갔다. 박 전 의장은 “민주적 절차를 안 거치고 시비가 걸려서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더 추락시키는 악순환의 길을 걷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찰을 통해 잘못한 점을 반성하고 뜻을 합쳐 개혁안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민주적 절차인데 첫 단추도 꿰지 않고 해법부터 찾으며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절차를 밟으면서 잘못한 세력이 있다면 탈당을 비롯해 책임을 지는 게 옳다는 의견도 밝혔다.

박 전 의장은 혁신 비대위 전환과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각을 드러냈다. 절차를 거쳐 전체 구성원이 동의하는 수습안이 나와야 해결이 되는 것이지 어느 한 사람이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는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박 전 의장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했다. “자기들이 저질러놓고 남을 불러서 정리하라. 그게 말이 됩니까? 누가 간다고 구심점이 되겠습니까? 궤멸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서로 욕하고 치고받고 있는데 외부 사람이 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는 이번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최순실 사건과 촛불 과정에서 보수가 전혀 자기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신이 소집한 국가 원로회의에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열린 내각을 만들고 2선으로 후퇴했다가 4월 중순에는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 하고 떠나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음에도 박 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일화도 소개했다. 아울러 14일 당대표에서 물러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마친 홍준표 전 대표를 두고 “야당답게 싸울 때는 싸우고 사과할 때는 사과하고 분명한 태도를 국민에게 보였다면 이렇게 안 됐을 것”이라며 “지도자답게 행동을 못했던 것이 (한국당 몰락의) 가장 결정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의장은 한국당에 “제대로 단합된 새로운 보수세력”을 주문했다. “정치는 국민이 판단하는 거예요. 정치는 앞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입니다. 움직이는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 ‘저 사람들 이제는 제대로 뭉쳤구나, 아직 기대해 볼만하다’(고 국민들이 느낄 겁니다). 그게 대안입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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