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수산물시장으로 꼽히는 도쿄 츠키지시장은 현지인의 활기와 어시장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매년 연초에 열리는 츠키지시장의 ‘초대형 참다랑어 경매’는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는 405kg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가 3억4,000만원에 낙찰됐고, 2013년에는 222kg짜리 한 마리가 15억 원에 낙찰되는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참다랑어는 분홍색의 고운 육질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과 식감으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즐겨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작년 한 해에만 4,800여 톤(1억1,000만 달러)을 수입하는 등 매년 수입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참다랑어에 대한 전 세계인의 사랑만큼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과도한 어획으로 참다랑어 자원이 크게 감소해 고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연근해에서도 잡히는 태평양 참다랑어의 경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레드 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태평양 참다랑어를 관할하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CF)에서도 어획쿼터를 감축하는 등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일본, 호주, 지중해연안국 등을 중심으로 오래 전부터 참다랑어를 양식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로 참다랑어 치어를 포획한 뒤 직접 키워 출하하는 ‘축양(畜養) 방식’으로 양식을 해오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참다랑어 8만5,000톤 중 44%가 양식일 정도로 참다랑어 양식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참다랑어를 양식하기 위해 2006년부터 ‘참다랑어 양식기술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시작으로 연구를 추진해오고 있다. 참다랑어는 온대성 어종으로 일본에서는 최저수온이 14도 이상인 바다에서 양식되지만, 겨울철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
실제 겨울철 저수온, 태풍, 적조로 인하여 어렵사리 키워오던 참다랑어가 집단 폐사하는 등 여러 번의 좌절도 있었다. 하지만 참다랑어를 우리 바다환경에서 양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개발 사업은 계속돼 왔다. 이러한 노력에 겨울철 월동양식 시험을 통해 참다랑어의 겨울철 양식 가능성을 확인했고, 먼 바다의 거센 파도를 이겨낼 수 있는 내파성(耐波性) 가두리를 이용한 양식기술도 개발해냈다.
또 축양 양식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2016년부터는 국내 참다랑어 치어를 어획하고 이송용 가두리를 활용하여 양식장까지 운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겨울철 수온이 따뜻한 제주도 남부해역을 중간지점으로 하고, 내년에는 양식장까지 직접 이송하고 운반하는 기술을 개발해 수입에 의존했던 자연산 치어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단계가 완료되면 다른 나라와 동등한 수준의 축양 양식이 가능해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치어를 생산하기 위한 산란기술과 어미 양성 등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세계 두 번째로 참다랑어 어미로부터 수정란을 생산하는 성과에 이어, 작년에는 인공치어 일부를 부화시켜 민간에 분양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료개발, 질병예방 등의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과거 보잘것없는 가난한 어촌마을이었던 호주의 포트링컨(Port Lincoln)시는 참다랑어 양식으로 호주 어느 곳보다 부자마을이 됐다. 주민들의 연소득이 1억 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참다랑어와 함께하는 스릴 만점의 스노클링은 관광상품으로 개발돼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2일 10여 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통영 욕지도에서 국내에서 축양한 참다랑어를 출하하는 행사를 가졌다. 아직은 참다랑어 양식이 시작 단계지만 이번 행사가 기폭제가 돼 양식은 물론, 관광과 연계한 어촌 6차 산업화가 이루어져 대한민국이 또 하나의 참다랑어 강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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