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골키퍼 조현우(27ㆍ대구FC)를 스타로 만드는 덴 90분도 길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깜짝 선발 출전한 그의 이름은 하프타임이 채 되기도 전부터 이미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비록 한국이 0-1로 패했지만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대문을 장식했고 영국 BBC는 그에게 양팀 통 틀어 최고 평점을 부여했다. 후보 골키퍼의 상징, 등 번호 23번을 달고 대회에 참가한 그는 이날 경기로 단숨에 주전 수문장 자리를 예약했다.
조현우는 이미 K리그 팬들에게 잘 알려진 골키퍼다. 그는 2015년과 2016년 K리그 챌린지(2부) 2년 연속 베스트11 골키퍼였고 지난해 클래식(1부)에서도 34경기 중 9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 이 부문 2위를 기록했다. 대구가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하위권 팀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상급 기량이다. 사람들은 날렵한 선방 실력과 호리호리한 체격이 다비드 데 헤아(28ㆍ스페인) 못지 않다고 해서 그에게 ‘대 헤아’라는 별명을 붙였다. 평소 데 헤아를 롤 모델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던 조현우에겐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별명이다.
한국축구는 유례 없는 고비를 맞고 있다. 사령탑을 중도 교체 해가며 월드컵 지역 예선을 힘겹게 통과했고 FIFA랭킹은 60위권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본선에서도 실패를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조현우의 신들린 선방은 더욱 빛이 났다. 한국은 멕시코, 독일과 경기를 앞두고 있다. 위기 속에서 피어난 희망, 조현우가 보여준 끈질긴 수비는 한국 축구의 한 줄기 빛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