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불릴 만큼 인간은 많은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대부분의 전쟁은 사람 간의 전쟁이지만, 사람과 새가 벌인 전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에뮤 전쟁(Emu War)’. 1932년 호주에서 벌어진 전쟁입니다.
에뮤는 한 번에 최대 스무개의 알을 낳아 키울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는데요. 이 때문에 당시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 캠피언구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줄 정도로 많은 수의 에뮤가 출몰했습니다. 그즈음 대공황의 여파로 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였기에 사람들은 농작물을 지키고자 했고, 1차세계대전 이후 돌아온 군인들은 에뮤의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서 국방부에 기관총 사용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조지 피어스 국방부 장관은 훈련된 군인들이 쏜다는 전제하에 기관총 2정과 총알 1만 발을 내어주고, 에뮤와의 전쟁을 위한 모금활동까지 허가해 주었습니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과 세계에서 타조 다음으로 큰 새인 에뮤와의 전쟁.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놀랍게도 ‘에뮤의 승리’였습니다. 에뮤는 기관총의 유효 사거리보다 멀리 있었고, 군인들이 다가가려 하면 시속 60km의 속도로 달아났죠. 이에 군인들은 에뮤를 한 곳에 모는 작전을 펼쳤지만, 에뮤들은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 도망치며 군인들의 포위망을 뚫었습니다. 이 때 군대를 지휘했던 호주 왕립 포병대 메리디스 장군은 에뮤의 빠른 속도와 영리한 전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만일 총알을 운송하는 부대를 저 새들로 구성한다면 세계 어느 군대와도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해 11월 2일부터 12월 10일까지 총 40일간 벌인 이 전쟁은 결국 호주와 영국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에 직면했고, 호주 정부는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인간은 다른 생명을 함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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