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직 부위원장 등의 유관기관 불법 취업 등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를 전격 압수수색하자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의 힘을 빼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부터, 공정위의 늑장 고발, 권한 남용 등 그간 쌓여온 검찰 불만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검찰은 혐의가 있어 수사를 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의 이번 급습은 전속고발권이라는 공정위의 ‘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이라 시점이 미묘하다. 전속고발권은 가격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검찰에 고발 요청권이 있긴 하지만 결국 공정위가 사건을 고발하지 않거나 뒤늦게 사건 정보를 공유할 경우 검찰로서는 별달리 손을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검찰은 가격담합 등에 있어서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위는 경제적 영향력이 클 수 있는 기업 관련 사건에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며, 전문가 집단인 공정위의 경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해 왔다.
특히 최근 검찰은 공정위의 늑장 고발, 부실 고발로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렵다는 불만이 크다. 21일 법무부가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정위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카르텔 사건 14건 중 12건은 공소시효가 3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넘어왔다. 이런 공정위의 늑장 고발로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을 면한 기업만 지난해 9곳이나 됐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무줄’ 처분을 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동일한 기업들이 입찰 담합에 참여했음에도 사건에 따라 누구는 고발하고 다른 사람은 고발에서 빼주거나, 관련자를 고발하면서도 업체는 고발하지 않는 등 지나친 재량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위 제출 자료에 의하면,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자체 종결한 사건은 2015년 42건, 2016년 11건, 2017년 22건인데, 이 중에는 수백억원대 규모 담합 사건도 상당수다.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상세 자료들을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이것이 퇴직자들의 특혜 취업과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검찰 행보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일부 여야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 ▦담합 행위를 자진 신고한 기업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거나 감해주는 ‘리니언시제도’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이 담합을 주도해 놓고도 1등으로 자진 신고해서 과징금과 처벌 모두 면제받는 사례가 발생하는 걸 막자는 취지다. 가격담합 등은 모두 형사 처벌하자거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일정금액 이상의 부당공동행위는 형사 처벌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공정위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방안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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