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12차ㆍ21차 아파트 단지가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한다. 기부채납을 현물대신 현금으로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이후 첫 사례다. 부지가 좁아 상대적으로 재건축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현금 기부채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일 열린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초구 신반포12차ㆍ21차 아파트의 개발기본계획(정비계획) 변경안을 통과시켰다”며 “두 단지가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신반포 12차의 기부채납 추정액은 90억원, 21차는 27억원이다. 현재는 공시지가의 2배로 추정하고 사업시행인가 시점에 두 기관에서 감정평가를 한 후 이들의 가중평균으로 기부채납 액수가 확정된다.
현금 기부채납 신청은 조합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기부채납은 정비사업 사업시행자가 도로나 공원, 공공시설 등 기반시설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면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 여러 측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현물만 기부하도록 하면서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업시행자는 기부채납을 하면 사업 부지가 줄어 들어 여러 제약이 생겼고 관도 기부 받은 시설이 정작 필요 없을 때가 많았다. 사업자나 관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 것이다. 기부채납한 공원이 사실상 아파트 단지 주민들만 이용하는 위치에 있거나 기부채납한 도로가 아파트 단지 진입로가 돼 버리는 경우가 그 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국토교통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 조합은 기부채납 토지의 50%를 기반시설 대신 돈으로 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세부 기준이 없어 유명무실했으나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정비사업 현금기부채납 운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흥준 시 주거재생사업팀장은 “부지가 작거나 형상이 반듯하지 않은 단지를 중심으로 사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도 재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채납된 현금은 도시정비기금으로 편입돼 임대주택 건설, 뉴타운 해제 지역 지원 등에 쓰인다.
1982년 입주를 시작한 신반포 12차 아파트는 기존 3개 동 312세대에서 479세대(임대주택 56세대)로 재건축된다. 용적률 300% 이하, 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결정됐다. 1984년 입주한 신반포 21차 아파트는 2개 동 108세대에서 293세대(임대주택 43세대)로 재건축된다. 층수는 10층에서 최고 22층으로 높아진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