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용사와 5세 소녀의 감동 실화… 터키 참전군인들도 기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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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용사와 5세 소녀의 감동 실화… 터키 참전군인들도 기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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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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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기적적으로 재회 슐레이만씨-김은자 할머니 사연 울카이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아일라’ 오늘 국내에서 개봉
영화 ‘아일라’는 한국전쟁 당시 터키 군인과 다섯 살 소녀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사 빅 제공

1950년 포탄이 휩쓸고 지나간 평안북도 군우리 인근. 유엔군으로 참전한 터키 군인 슐레이만은 전장에서 철수하던 길에 다섯 살 남짓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시체 더미 사이에 홀로 웅크리고 있던 아이를 부대로 데려온 그는 아이에게 ‘아일라’(터키어로 ‘달’이라는 뜻)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친딸처럼 돌본다. 아일라는 슐레이만을 아빠라 부르며 부대에서 1년여간 함께 지냈다. 터키어를 배워 통역관 역할도 했다.

슐레이만에게 귀국 명령이 떨어지면서 두 사람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찾아온다. 슐레이만은 아일라를 터키로 데려가려 했지만 군의 반대에 결국 홀로 귀국길에 오른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오랜 세월 소식도 모른 채 서로를 그리워하며 지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2010년 MBC에서 방송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아빠와 딸은 다큐멘터리 제작팀의 도움으로 60년 만에 기적처럼 재회했다. 김은자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일라는 어느새 손자를 둔 할머니가 돼 있었다.

영화 ‘아일라’의 주연배우 이스마일 하지오글루(왼쪽)와 잔 울카이 감독은 “한반도에 평화와 사랑이 깃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사 빅 제공

21일 개봉한 터키 영화 ‘아일라’는 담담하지만 진실하게 실제 사연을 스크린에 옮겼다. 지난해 터키에서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 개봉을 맞아 내한한 잔 울카이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마주한 자리에서 “2015년 작가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받아 영화화를 결심했다”며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울카이 감독은 슐레이만씨를 직접 만난 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주요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도 슐레이만씨의 기억에서 빌렸다. 슐레이만씨는 사진과 문서 등 각종 자료를 제공했고, 영화에도 카메오로 나온다. 에필로그에는 슐레이만씨와 김은자씨가 재회하는 순간을 담은 영상도 실렸다.

슐레이만을 연기한 터키의 유명 배우 이스마일 하지오글루에게도 이 영화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는 슐레이만씨의 제스처와 표정 등을 살펴 연기에 녹여냈다. “청년 슐레이만은 개미도 함부로 죽이지 못하는 선한 사람이었어요. 나도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슐레이만씨와 함께 봤어요. 잘했다고 격려해 주셨죠. 걱정이 많았는데 그제야 마음이 놓이더군요.” 슐레이만씨는 한국 개봉을 보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아일라를 연기한 배우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6)과 영화 ‘국제시장’(2014)에 나온 김설이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관객을 울린다. 하지오글루는 “김설은 촬영장에서 연기하지 않고 아일라 그 자체로 살았다”며 “김설에게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딸 자랑하는 아빠처럼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번졌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 군인 슐레이만과 5세 소녀 아일라. 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의 실제 주인공인 김은자씨(왼쪽)와 슐레이만씨. 두 사람은 헤어진지 60년 만에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팀의 도움으로 기적처럼 재회했다. 영화사 빅 제공

한국전쟁 68주년을 맞은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종전선언도 가시화되고 있다. 울카이 감독과 하지오글루의 목소리가 감격에 젖어 뜨거워졌다. “어릴 때부터 한국과 터키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어요. 한국에서 이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영화의 메시지처럼 이 세상에 희망과 사랑이 가득하길 바랍니다.”(하지오글루) “이 영화와 함께한 순간들이 기적 같아요. 공교롭게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평화가 찾아와 무척 행복합니다. 68년 전 친구의 나라를 도우러 왔던 터키 참전용사들도 하늘에서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울카이 감독)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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