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ㆍ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먹구름이 끼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7.7원 오른 1112.8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11월14일(1,118.1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간 미국과 중국간 관세 전쟁 우려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6거래일만에 하락마감하며 숨돌리기를 했지만, 하루만에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는 미중 양국이 상대국의 주요 수출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며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무역갈등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날 EU는 2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이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품에 대해 10~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무역 갈등이 중국을 넘어 세계 주요국으로 퍼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의 투자 심리는 위축됐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0.17% 하락하며 7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국내에서도 코스피가 26.08포인트(1.10%) 하락한 2,337.8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해 9월 6일(2,319.82)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1,000억원 가까이 순매도 했고, 기관도 176억원 어치를 팔았다. 중국에서는 상하이 종합지수가 이날 상승 출발했지만, 곧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전날보다 1.4% 떨어졌다.
한편 무역갈등이 고조되면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글로벌 무역전쟁 가능성이 이미 기업의 체감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은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무역정책 변환으로 기업인들이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재계가 투자와 고용을 연기하거나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를 처음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