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마디도 줄이자면 기본소득은 복지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설명의 타깃은 우파가 아니라 좌파다. 기본소득은 우파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복잡한 복지제도를 뒷받침하는 거대한 관료 조직과 노동자에게 호소하는 좌파 포퓰리스트들을 일거에 박살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좌파엔 기본 복지 축소, 임금 수준 하락, 노조 협상력 저하 등 부작용이 먼저 눈에 띈다. 유럽 사민당 중 기본소득을 말하는 당이 거의 없는 이유도 여기 있다. 화제를 모았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한 건, 농민당을 모태로 한 중도우파인 중앙당이다. 보편복지조차 거부하는 ‘한국적 우파’와의 간격이 느껴지는가. 복지 왕창 뺏고 기본소득 조금 내놓을 것이란 좌파의 의심에 대해 전 세계 기본소득 운동을 이끌고 있는 저자가 기본소득의 개념, 역사, 의미는 물론 윤리적ㆍ경제적ㆍ정치적 반론에 대한 재반박을 담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개별 국가를 넘어선 ‘유럽 배당’, ‘전 지구 배당’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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