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로 무려 3,994명의 공직자들이 탄생했다. 광역자치단체 17곳에서 17명의 단체장으로부터 시ㆍ군ㆍ구의 단체장 226명, 광역단체의 의원 824명, 기초자치단체의 의원 2927명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그 많은 사람이 나오게 되었다. 예전에야 고을의 수령(守令)들을 ‘목민관’이라 불렀지만, 지금으로 보면 국가의 모든 공무원이나 공직자는 모두 목민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는 많은 목민관을 새롭게 배출한 셈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들이 제대로 일하면 좋은 나라가 되지만 목민관들이 잘못하면 백성들만 고달프기 짝이 없다면서 훌륭한 목민관들이 나오기만 바라고 바랐던 학자였다. 그래서 뒷날 목민관들의 지침서이자 바이블인 ‘목민심서’를 저작하였다. 그 해는 1818년 지금으로부터 딱 20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저술이 나오기 몇 년 전인 1814년경에 귀양 살던 강진의 이웃 고을인 영암에서 군수로 근무하던 이종영(李鍾英)이라는 사람에게 군수인 목민관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지혜를 가르쳐 준 글이 전해지고 있다. 글의 제목은 ‘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이니 풀어서 말하면 ‘영암군수로 있는 이종영을 위해서 해주는 말’이다. 군수의 직책을 올바르게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열거되어 있다.

새로 선출된 3,994명의 목민관들이 참고해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글의 내용을 소개해 드린다. 첫째, 육렴(六廉)을 요구했다. 여섯 가지의 청렴인데, 먼저 세 개의 염은 재물ㆍ색(色)ㆍ직위에 사용하라고 했다. 뇌물 받지 말고, 색에 깨끗하고, 직권남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다른 세 개의 염은 청렴해야 투명한 행정을 할 수 있고, 청렴해야 공직자로서의 권위가 서고, 청렴해야만 강직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렴이라는 지혜가 얼마나 무서운 지혜인가를 명확히 밝혀준 내용이다.

두 번째는 봉록(봉급)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겨야 한다고 했다. 봉급과 지위에 연연하지 않을 때에만 공직자는 주체성을 지니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공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기지 않는 사람은 하루도 목민관의 지위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상부나 상관이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지위를 던져버릴 수 있을 때만 품위 있는 목민관 생활이 가능하다니, 이런 지혜 또한 가벼운 일이 아니다.(임명직과 선출직의 차이는 별도 문제다)

세 번째, 상관의 지위에 있으면서 하급자들의 잘못에 징계를 내려야 할 경우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잘못에는 상형(上刑), 공무에 잘못을 저지르면 중형(中刑), 관청의 일에 대한 잘못에는 하형(下刑)을 내리라는 3등급의 형벌을 말하고, 상관인 자신의 일에 잘못을 저지른 경우는 무형(無刑), 즉 벌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주민에게 저지른 잘못은 가장 무겁게, 공무에는 중간쯤, 관청의 일에는 가장 낮은 형벌이라니, 얼마나 훌륭한 위민(爲民)의 생각인가. 상관 자신의 일에 편의를 제공해주지 않을 경우, 그런 잘못에는 절대로 벌을 주어서는 안 된다니, 요즘 재벌의 갑질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는 내용이다. 하급자에게 갑질해서는 안 된다.

네 번째는 아랫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들의 잘못을 어떻게 막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이다. 선출직인 경우 정해진 햇수로 떠나지만, 붙박이로 지내는 직업공무원들을 어떻게 통솔하고, 그들의 비행을 어떻게 감시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떠돌이의 선출직 공직자들, 거드름 피우지 말고 잘 모르는 분야는 직업공무원들에게 자세하고 철저하게 물어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행정의 깊은 내막을 모른 채 직인이나 꾹꾹 눌러주는 그런 공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다섯 번째는 주민들과 제대로 소통하라고 했다.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반드시 주민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해 진짜 백성의 편의를 도모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소통의 문제가 그렇게 중요함을 강조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시혜(施惠)도, 도움도 베풀어야 하지만 반드시 양입계출(量入計出), 즉 들어올 것을 헤아려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니, 낭비와 과용을 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절약하고 아껴서 재정의 결손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다산은 위와 같이 여섯 가지 지혜를 목민관에게 가르쳐주었다. 자신과 학문을 토론했던 친구의 아들이기 때문에, 마치 아들이 목민관으로 있다고 여기면서, 참으로 자세하고 성의 있게 목민관이 해야 할 도리를 밝혀주었다. 뒷날 이러한 논리가 더 확대되어 ‘목민심서’로 저술되지만 어떻게 보면 목민심서의 핵심 논리가 이 한 편의 글에 압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렴이라는 도덕성, 봉록과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함, 잘못한 아랫사람들에 대한 공정한 징계, 하급 공직자들에 대한 통솔과 관리 문제, 공직자들과 주민들과의 원활한 소통, 재정지출의 적정성 이런 몇 가지에 잘못이 없다면 반드시 그런 목민관은 성공한 목민관이 될 것이다. 새로 선출된 모든 공직자들, 다산의 지혜에 힘입어 성공하기를 기원해 드린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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