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결국 철회하고 이들을 함께 수용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격리 수용이 비인도적이라는 각계 비난이 국내외에서 확산하면서 공화당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우세해지자 평소와 달리 이례적으로 고집을 꺾고 후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외국인들과 그들의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중단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이날 오후 서명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우리는 매우 튼튼한 국경을 보유할 것이나 그 가족들은 함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밀입국자와 동행한 미성년 자녀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격리 수용하는 정책은 지난달 초 시행된 지 한 달 여만에 폐지됐다.
미국 내외부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 가족 분리 정책이 아동학대라는 비난이 속출했다. 인권단체와 일반 시민들로부터 시작된 반대 캠페인은 재계에 이어 주지사들과 의회로 번졌고 외국 정부와 단체들에서도 비판에 가세할 정도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고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이번 사태가 유감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메이 총리는 격리된 아동들이 철장과 같은 곳에 갇혀 지낸다며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격리 수용 문제에 우려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동 격리 수용 부분에서만큼은 물러섰지만 불법 입국자를 추방 절차 대신 모두 기소해 구금하는 이른바 무관용 정책의 나머지 부분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미 하원이 밀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민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한 뒤에 나왔다. 공화당 소속의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다음날인 21일 이러한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을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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