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축구’로 불리는 이란의 질식수비 전략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도 빛났다. 이란은 비록 패하긴 했으나 완성도 높은 수비 축구로 스페인의 창 끝을 무디게 만드는 데 성공,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0-1로 졌지만 전 후반 내내 든든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전개하며 스페인 공격진의 힘을 뺐다. 스페인이 전·후반 통틀어 17차례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이란은 5차례 슈팅을 시도했다. 이날도 이란의 유효슈팅은 없었다. 지난 모로코와 1차전에서 극적인 1-0 승리를 따냈을 때와 똑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게 효과를 본 것이다.
이날 이란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사르다르 아즈문(23ㆍ루빈카잔)까지 수비 진영으로 내려와 스페인 공격을 막아내는 등 사실상 ‘전원수비’로 조직적 패스로 무장한 스페인 공격진을 무력화했다. 그 결과 전반 45분 동안 스페인은 71%의 볼 점유율과 함께 378회의 패스로 호시탐탐 골 기회를 노렸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후반 들어 이란은 수비 일변도의 작전에 변화를 주며 수비 라인을 조금씩 올렸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서 수비에 틈이 생기면서 스페인에게 골을 허용했다. 이니에스타(34ㆍ비셀고베)의 침투패스를 이어 받은 디에고 코스타(29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골문 앞에서 이란 수비수와 혼전 과정 중 행운의 골로 연결시켰다. 이란은 후반 17분 사에드 에자톨라히(22ㆍ암카르 페름)의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1승 1패가 된 이란은 B조 3위로 처졌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가 버티는 포르투갈과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모로코를 뚫고, 스페인을 긴장케 한 늪 축구에 호날두마저 잠긴다면 이란의 역대 첫 16강 진출 목표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