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엔지니어에게는 비서를 붙여 드립니다", "사내 업무 면제", "전국 어디든 근무하고 싶은 곳으로 이사를 희망할 경우 비용 지원"…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의 우수인재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졸 신입사원에게 연봉 1천만 엔(약 1억 원)을 제시하는 등의 고액 임금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일본 IT업계가 요즘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급여 이외의 '플러스 알파' 아이디어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엔지니어인 스기하라 다카히코(杉原貴彦.29)는 4월부터 후쿠이(福井)현 사바에(鯖江)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집에서 직장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도쿄(東京)라면 출근시간에 일어나도 제 시간에 갈 수 있다"고 한다.
도쿄에서 태어나 학교도, 취업후 근무지도 도쿄였지만 지방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시스템 개발기업인 '멤버스엣지(membersedge)의 인사제도가 눈에 띄었다. 마을 가까이에 산이 있는 곳으로 이사해도 좋고 언제든 돌아올 수도 있는 조건이 마음에 들었다. 이사 거리 1m당 1 엔(약 10 원)을 지원해주며 이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최대 50만 엔(약 500만 원)의 이사비용을 지원해 주는 제도에도 마음이 끌렸다. 전직을 결심하고 이 회사가 4월에 거점을 신설한 사바에시로 이사했다.
이 제도를 만든 쓰카모토 히로시(塚本洋) 멤버스엣지 사장은 엔지니어가 근무할 수 있는 거점을 전국 5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쓰카모토 사장은 "일본 전국에 거점을 만들어 엔지니어의 희망에 맞는 근무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IT 인재백서에 따르면 작년 조사에 응한 기업의 30%가 IT인재가 '크게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전직시장도 활황이다. 리쿠르트 캐리어에 따르면 IT계 엔지니어의 지난달 전직구인배율은 3.6으로 전체 구인(1.8배)의 2배였다. 여기에 비 IT업계도 엔지니어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어 엔지니어 쟁탈전이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0일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IT업계에서 이제 고액연봉은 기본이고 '플러스 알파'가 인재확보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되고 있다.
야후는 3월부터 30세 이하의 실적 우수 엔지니어에게 "첫 해 연봉 650만 엔(약 6천500만 원)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는 엔지니어 등 3천명을 대상으로 월 1만 엔 범위에서 서적구입과 공부모임 참가비를 지원하고 있다.
인터넷 TV와 광고사업을 하는 '사이버 에이전트'는 1월부터 엔지니어의 초임제도를 없애고 능력급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한 엔지니어에게는 경비정산과 회의일정 관리 등 개발업무 이외의 일을 대신해주는 '비서'도 붙여주고 있다.
'디엔에이(DeNA)는 소정의 조건을 충족하면 세계 데이터 과학자들이 기량을 겨루는 플랫폼 '카글(Kaggle)'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4월에 도입했다. 회사로부터 최우수급으로 인정받은 인재는 사내업무를 면제해줘 업무시간을 통째로 카글에 쓸 수도 있다. 디엔에이는 인공지능(AI) 분야의 대졸 신입 엔지니어에게 '연봉 최대 1천만 엔'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야마다 겐신(山田憲晋) AI시스템 부장은 "능력에 걸맞은 급여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면서 "우수한 인재가 주위에 있어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채용으로 연결햐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있다. 일본과 미국, 영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메르카리'는 작년부터 인도에서의 채용을 시작했다. 현지 학생을 대상으로 개발아이디어를 겨루는 이벤트 '해커슨'을 개최해 인지도를 높인 끝에 3천여명이 응모하는 성과를 거뒀다. 10월에 30여명이 입사할 예정이다.
현재 백수십명인 엔지니어를 3년후 1천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는 야마다 신타로(山田進太?)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에서만 채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외국인 채용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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