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까지 독식한 문재인 정권에서 당·청 그룹내 널리 분포한 ‘친문’ 진영의 본격적인 내부경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크게 세를 불린 더불어민주당의 ‘8·25 전당대회’가 공식화되면서 이른바 ‘친문 이너서클’내 분화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당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과 관련된데다 여권의 차기 그룹 재편과 민감하게 연결된다. 당장 확실한 친문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당대표 출마 여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0일 현재 자천타천으로 당대표 후보로 오르내리는 인물은 줄잡아 20명 수준이다. 7선의 이해찬 의원, 6선 이석현, 5선 이종걸, 4선 김진표 박영선 설훈 송영길 안민석 최재성 의원, 3선 우상호 이인영 의원, 재선 전해철 의원, 초선 김두관 의원 등 친문 인사가 주축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직 공식출마 선언은 없지만 친문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후보군 조정을 위한 내부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친문 후보의 세대교체를 둘러싼 기싸움과 원조 친문과 ‘신(新)문’의 대립 등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차기 당대표는 2년 뒤 21대 총선 공천을 주도하는 만큼 사활을 건 상호 견제의 성격이 짙다.
원조 친문 그룹의 경우 조만간 사전 절충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7선의 이해찬 의원의 출마가 변수다. 지방선거 압승을 이끈 현 당권파 그룹에선 여권의 권력 추를 당 중심으로 옮기기 위해 이 의원의 출마를 적극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초선 의원은 “친문 진영 내에서 당권 경쟁이 과열될 시 내부 균열 우려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친문 원로격인 이 의원이 출마하면 친문 진영 내 교통정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 당권 도전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최재성 의원 등이 세대교체론을 고리로 당권 도전 의지를 명확히 할 경우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선 이후 친문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신문 그룹은 독자 세력화를 꾀하고 있다. 친문으로서 정체성보다는 개인역량이 두드러지는 송영길, 박영선 의원 류를 지칭한다. 이들은 당내 범친문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친문 패권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고 강성일변의 당내 잡음을 최소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대권 잠룡인 김부겸 장관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김 장관이 당대표에 나오는 것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아니겠냐”면서 “친문 진영에서도 계파 색이 뚜렷하지 않고 당내 조직기반이 약한 김 장관을 새로운 당권 주자로 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친문 핵심인사가 김 장관의 등판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지도부 선출방식은 최다 득표자가 대표가 되고 차순위 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아닌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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