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생존과 퇴출을 가를 ‘기본역량진단’ 1단계 결과가 공개됐다. 평가 대상의 64%인 207개 대학이 첫 관문을 통과해 한숨을 돌리게 된 반면, 86곳은 최종 심사에서 탈락할 경우 정원 감축과 재정지원 제한 등 구조조정의 거센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가결과를 심의해 86개 대학(일반대 40개, 전문대 46개)에 2단계 평가를 받도록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기본역량진단은 지난 정부(2015년)에서 시행한 ‘구조개혁평가’를 대체한 대학평가 방식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비대해진 현행 대학 체제로는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부실 대학을 퇴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분화한 평가 체계(6등급)와 정원 감축에만 치우친 재정지원 탓에 대학들의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제도를 대폭 손질했다.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등 3단계로 단순화한 평가 등급 개선은 가장 큰 특징이다. 이날 1단계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예비)으로 분류된 학교는 323개 평가 대상 중 일반대 120개, 전문대 87개 등 207곳. 교육부 간섭 없이 스스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 대학의 64%로 지난해 시행 계획 발표 때 정부가 약속한 6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나머지 86개 대학(30곳은 진단제외)은 ▦전공ㆍ교양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 및 기여 ▦운영 건전성 등의 항목을 다루는 2단계 서면ㆍ현장진단을 거쳐 8월 말 최종 등급이 결정된다.
모든 대학들은 지난 1년간 기본역량진단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사실상 대학의 존립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율개선대학은 당장 내년부터 정원을 줄이지 않고 교육부가 주는 예산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반면 역량강화대학은 정원감축 압력과 함께 일반재정사업 지원이 일부 중단된다. 아예 재정지원제한대학(유형 ⅠㆍⅡ)으로 분류되면 국가장학금 지원마저 차단(유형 Ⅱ)되는 등 정부 돈을 한 푼도 쓸 수 없다. 가뜩이나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실 대학이라는 낙인까지 찍힐 경우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 살생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1단계 결과일 뿐이지만 대학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지방대학들의 공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한 한 충청권 대학 관계자는 “교원확보와 강의개선 계획 등 배점이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청사진을 촘촘히 제시했지만 낮은 성적을 받아 당혹스럽다”며 “2단계 진단도 정성평가가 대부분이어서 전략 수립이 여의치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 최근 대학연구소가 정량 지표를 토대로 모의평가를 실시한 결과 정원 1,000명 미만 대학들의 3분의2 가량은 자율개선대학에서 제외될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자율개선대학들도 부정ㆍ비리에 따른 감점 절차가 남아 있어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학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종합 진단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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