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자살골’로 불리기도 했던 ‘자책골’은 축구 선수들에겐 가장 잊어버리고 싶은 참혹한 기억이다. 그 자책골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개막 첫날부터 나온 자책골이 17경기를 치른 20일 현재 벌써 5골을 기록했다.
지난 16일(한국시간) 모로코는 이란을 맞아 계속 밀어붙였지만 자책골 하나 때문에 승리를 헌납해야 했다. 90분 내내 밀리던 이란은 후반 추가 시간에 천금 같은 프리킥을 얻었다. 여기서 올라온 공을 모로코 공격수 아지즈 부하두즈가 밖으로 걷어 낸다는 것이 자책골로 연결됐다.
호주 수비수 애지즈 베이이치는 16일 프랑스 폴 포그바의 슈팅이 몸에 맞고 들어가 자책골을 기록했고, 17일 나이지리아 오그헤네카로 에테보도 크로아티아전에서 상대 선수 헤딩슛을 미처 피하지 못해 자책골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월드컵 역사상 자책골은 이전 20번의 대회에서 41골이 나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6골이 나오면서 단일 대회 최다 자책골을 기록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5골이 나왔다. 그 외에는 2002년 3골, 2010년 2골 등 대회당 평균 2번 정도 나온 셈이다. 러시아월드컵에서 조별 예선이 절반도 끝나기 전에 무려 5개의 자책골이 나온 것.
자책골을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도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콜롬비아는 전반 34분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자책골로 선취점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당시 콜롬비아 감독 프란시스코 마투라나는 에콰도르로 망명했고, 에스코바르는 귀국했지만 7월 2일 메데인의 한 술집에서 한 괴한과 시비가 붙은 끝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미국전에서는 자책골이 양 팀에서 1골씩 나왔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전 1호골은 브라질 마루셀루가 넣은 자책골로 기록되기도 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과 멕시코와 불가리아가 각 3차례 자책골을 넣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광래(1986년 멕시코)대구 FC감독과 박주영(2010년 남아공)이 한 차례씩 기록했다. 한국은 당시 경기에서 2-3, 1-4로 각각 패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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