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국한 부모가 기소되면 미성년 자녀와 격리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마저 국경보안을 위해 배치된 주방위군 철수 의사를 밝히기 시작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미 의회에서는 미성년 자녀의 격리를 막는 대체 법안 논의에 나서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주방위군 소속 헬기와 탑승 인력에 대해 현재 임무 수행 중인 뉴멕시코 주 국경지대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호건 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소를 위해 부모를 아이들로부터 떼어놓는 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주 방위군 병력을 국경에 동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같은 조치를 발표한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지사에 이어 공화당 소속 주지사로서는 두번째로 반대를 표시했다.
이 정책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법정 다툼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분리 이민정책에 대한 소송 제기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나라는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 정책의 중단을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에 참여했던 복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방카가 ‘이 정책을 중단할 수 없는지 물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부모ㆍ자녀의 격리를 막는 대체법안들을 논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법안과 온건한 법안 중 어느 쪽을 선호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공화당 소속 의원 12명은 의회에서 대체법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미성년 자녀와 불법이민자 부모와의 격리를 유예하도록 호소하는 편지를 법무부에 보냈다. CNN방송과 퀴니피액대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강경한 반 이민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동의한다는 응답보다 2배 가량 많았다.
다수의 불법이민자를 보내고 있는 중남미 각국도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정부와 국민의 이름으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미국의 강경 이민정책에 대해 가장 강력한 비난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도 성명을 내 “미국의 이민정책은 인권침해를 낳고 있다”면서 “소녀, 소년, 청소년들의 취약점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민주당원들은 불법 범죄에 관심이 없으며 이민자들이 미국에 우글거리기를 원한다”며 사태 원인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CNN 방송은 ‘우글거리다(infest)’는 사람이 아닌 쥐나 해충에게 쓰이는 단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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