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다섯 번. 직장인 박정선씨의 퇴사 기록이다. 8년 전 잡지사에서 기자로 첫 직장 생활을 했던 그는 평균 2년여에 한 번 꼴로 회사를 그만뒀다. 그동안 디지털 커머스 스타트업, 소비재 유통대기업, 모바일콘텐츠 제작사, 미디어 기업 등을 두루 거쳐 지금 여섯 번째 직장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토록 그가 직장을 자주 그만둔 이유는 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과 월 단위로 반복되는 업무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와 매너리즘은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결국 사표를 쓰게 됐다.
박씨의 다양한 직장 생활 및 퇴사 경험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어느덧 퇴사 상담 멘토가 됐다. 그가 최근 펴낸 ‘희망퇴사’(브레드 간)는 바로 이러한 그의 경험과 보고 들은 것 등을 정리한 책이다.
특히 그는 직원들이 퇴사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블랙기업을 경계했다. 저자에 따르면 블랙 기업의 특징은 직원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잦은 야근이나 특근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은근히 이를 조장하며 압박한다. 저자는 이런 소모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직장 생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저자는 직장 생활은 결혼 생활처럼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자 삶의 목표와 직장의 근무 여건이 잘 맞아 떨어져야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이 있다’는 구절을 차용해 ‘이상한 회사는 제각각 이상함이 있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무조건적 퇴사가 아니다. 그는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조직에서 얼마나 자존감을 유지하며 일할 수 있느냐가 직장인으로서 건강함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회사 일도 결국 각자 인생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기 힘들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뻥뻥 터져서 하루에도 열두 번씩 김이 빠져도 회사 생활 또한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니 최선을 다할 것’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사표는 최종 병기일 뿐이다. 저자는 사표를 일시적으로 함께하는 회사로부터 자아를 지켜줄 마지막 무기로 봤다. 즉 최선을 다하지만 자아를 지키기 힘든 상황이 올 때 실존을 행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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