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으로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진행돼 더 이상 위협이 없을 때 풀리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 상실을 우려하는 중국은 회담 직후 대북 제재 해제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히는 등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북한이 유엔 결의를 이행하고, 준수하는 경우에 제재 해제를 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앞으로는 미국이 주도했던 강력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유엔 제재 이외 자체적으로 돌입했던 여행제한 등의 제한을 잇따라 풀고 있다. 북한 국적항공사인 고려항공의 북중 간 직항노선 확대가 대표 사례다. 고려항공은 28일부터 매주 2차례 평양과 중국 서남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를 잇는 직항 전세기 운항에 들어가는 등 노선확대에 나선다. 현재 고려항공은 중국에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양(瀋陽) 등에서만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청두 노선은 중국 중서부에서 유일한 평양 직항편이 된다. 중국의 국적 항공사인 에어차이나가 지난 6일 베이징과 평양 간 노선 운항을 7개월 만에 재개한 직후 고려항공 노선이 확대되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에어차이나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도발에 대응한 유엔 대북제재에 중국이 동참하면서 지난해 11월 21일 평양행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북중 국경에서도 제재가 이완되는 조짐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특히 지난 달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중 국경지대의 통제가 확연히 약화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1일 북중 국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성 분위기가 활기를 띄고 있다면서 “얼마나 강력한 유엔제재가 이행될지는 북한의 주요 무역파트너인 중국 손에 달린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석탄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지역 무역업자들은 북한산 석탄에 대해 미리 주문을 넣거나 밀수입을 시도하는 등 이완된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NYT는 덧붙이기도 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15일 단둥지역 한 무역상을 인용, 북한으로 향하는 트럭 통관이 X-레이로 모든 품목을 일일이 검수하던 과거와 달리 차량 절반 정도만 훑어보는 정도로 느슨해졌다고 보도했다. 개인적 용무로 중국으로 입경하는 북한인들에 대한 통관도 가방을 열어 하나하나 살펴보던 방식 대신 X-레이를 통과하면 입국을 시켜주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미국 역시 북중 국경간 통제가 크게 약해졌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경통제가 회담성사에 기여를 했다면서도 “최근 몇 달 사이에 통제가 조금 느슨해졌다”며 뼈 있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2차 북중 정상회담 에서 ‘단계적ㆍ동시적’으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중국의 비핵화 방법에 동의한 만큼, 3차 회담 이후에는 북한의 사활적 관심사인 경제제재 해제에 대해 중국 측이 긍정적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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