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의 혁신안을 놓고 새로운 내분 국면으로 빨려 들고 있다. 김 권한대행이 ‘중앙당 해체’ 등을 표방한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당은 사분오열돼 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은 당의 현실을 망각한 채 구태의연한 친박·비박계 갈등이 표면화하는 분위기다. ‘김성태표’ 혁신안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카드를 두고 당이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당 해산이란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김 권한대행이 제기한 혁신안의 골자는 ‘중앙당 해체⋅당명 교체⋅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등이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은 19일 국회에서 모임을 열고 혁신안의 절차적 문제점을 즉각 제기했다. 김성원 의원은 모임 뒤 브리핑에서 “어제 김 권한대행이 말한 것에 대해서 초선 의원 대부분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줬다”고 밝혔다. 반면에 김 권한대행의 우군인 바른정당 복당파 출신 의원 20여명은 이날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갖고 김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혁신안과 수습 대책을 놓고 충돌하는 배경을 보면 비박⋅친박 등 해묵은 계파갈등과 무관치 않다. 과거 친박으로 분류됐던 한선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염려가 되는 것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중앙당 해체와 같은 커다란 플랜을 내걸고 나온 것으로 봐서는 또다시 한국당에 김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어떤 세력이 결집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며 “이 기회가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전환의 계기가 아닌가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당에 돌아온 이후 침묵을 지켜온 복당파 좌장 김무성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에 이어 부산 중구영도구 당협위원장을 사퇴한 것을 두고 당권 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혁신안이 부결될 경우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차기 당권주자로서 거론되는 정우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예전에 김종인 비대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바로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걸로 진행해나갈 수 있었는데 지금 온 사람이 과연 혁신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혁신을 모두 원하지만 실제로 와서 하기엔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대위 무용론을 펼쳤다.
당이 수습책을 놓고 사분오열하는 와중에 정당 해산까지 거론되고 있다. 2016년 총선 패배 뒤 비대위원장를 맡았던 정진석 의원은 당시 계파 갈등으로 인해 무산된 김용태 비대위를 거론하며 “한국당이라는 배는 완전히 침몰했다. 건져내 봐야 다시 쓰기 어려운 상태”라고 평가했다. 한 재선 의원도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한국당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며 “정당 해산 수준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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