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표적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인 보편요금제 관련 법안이 조만간 국회로 넘어간다.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입법절차가 완료된 것에 맞춰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정부가 주도한 통신비 절감 대책들이 25% 요금할인,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 등으로 효과를 보인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부 예산보다는 통신사들이 전부 부담하는 할인 혜택이 대부분이고, 사업자간 경쟁으로 인한 요금 인하까지 정부 성과로 포장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오는 22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으로 매월 음성 200분ㆍ데이터 1기가바이트(GB)ㆍ문자 무제한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앞으로 국회 논의에 충실히 임해 보편요금제 도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그간 추진해 온 통신비 절감 대책 성과도 소개했다. 지원금 대신 매월 요금을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 요금할인율을 지난해 9월 20%에서 25%로 올려 6개월 만에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5월 말 기준 전체 선택약정할인제 가입자는 2,207만명이다. 전체 무선통신 가입자 6,460만여명 중 34.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외에도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월 통신비를 1만1,000원 감면 ▦무약정 요금제 출시 ▦월 단위 속도ㆍ용량 제한을 없앤 완전 무제한 요금제 출시 ▦월 3만3,000원에 통화 및 문자 무제한,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신규 요금제 출시 ▦해외 로밍요금 인하 등도 성과로 꼽았다.
정부가 유도한 변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요금 인하를 부담하는 통신사들의 반응은 차갑다. 국회로 넘어간 보편요금제나 선택약정할인제도 할인율 상향 등으로 늘어나는 할인 부담을 감당하는 건 통신사들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업자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을 내놓거나 재원을 투입한 것은 없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 압박으로 통신사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내려간 요금이 정부 정책의 성과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요금제들 역시 이용자 데이터 소비 패턴, 약정 제도 이용 추세 등을 분석한 통신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상품이지, 정부 주도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서비스는 이용자 혜택과 회사 수익 등을 수개월간 치열하게 고민해 내놓은 결과물”이라며 “정부 유도로 새 상품이 나왔다고 말하는 건 사실을 호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시장 경쟁과 반대되는 방식으로 민간 사업자 팔을 비트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을 책임지는 과기정통부가 규제 혁신, 신산업 육성 등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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