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가족’ 대신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의무와 부담에서 벗어나 그간 소홀했던 자기 자신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라이나생명의 라이나전성기재단이 발간하는 잡지 ‘전성기’는 19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50~65세 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생활양식과 관계, 정보, 사회활동, 여가, 소비 등 ‘대한민국 50+세대의 라이프 키워드’를 분석했더니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재단은 ‘꽃중년’ ‘신중년’ 등 최근 새로운 중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50대 이상을 ‘50+ 세대’라고 명명했다.
설문 결과 ‘자신에게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나열하라’는 질문에 54.9%가 ‘나 자신’이라고 답했다. 다만 남성은 배우자(21.8%)를 2순위로 꼽은 데 비해 여성은 자녀(27%)를 더 우선 순위에 뒀다. 반려동물(4위ㆍ15.2%)을 며느리ㆍ사위(5위ㆍ5.2%)보다 더 중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관계자는 “‘나’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부모와 자식 사이에 ‘낀세대’였던 대한민국 중장년층이 점차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는 ‘깬세대’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혼ㆍ졸혼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 등 결혼제도에 대해서도 개방적이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로 법적 혼인관계는 정리하지 않되,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개념이다. ‘친구가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서로 간섭하지 말고 각자 생활을 즐기도록 해봐’라는 답변이 33%을 차지, ‘좀 더 참고 살아봐(25.2%)’라는 답보다 높았다. ‘졸혼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라는 답도 3위(20.9%)에 올랐다. 다만 남성의 경우 ‘참고 살라(31.8%)’는 답변이 여성(14.9%)보다 많은 반면, 여성은 졸혼(28.2%)이나 이혼(26.8%)을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또 10명 중 3명은 향후 ‘다른 일을 시작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기회가 되면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으로는 조리사 자격증(34.9%)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외국어 관련 자격증(34.1%)이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바리스타 자격증, 드론 기사 자격증 등도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인 김난도 교수는 “나로 다시 태어나는 리본(Re-born)이 50대 이상의 핵심 키워드”라며 “그간 회사와 가정에서 의무를 다하느라 수동태로 인생을 살았다면 지금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능동태로 살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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