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으로 전ㆍ현직 대통령 부인이 모두 비판하고 나설 정도로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꿈쩍도 않는 분위기다.
18일(현지시간) AP,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라. 이런 일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미국은 이민자들의 캠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에는 6개의 트윗을 연달아 날리며 무관용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를 받아들인 이후 독일의 범죄율이 10% 증가했다”거나 “민주당은 MS-13(마약 갱단)과 같은 나쁜 이민자들을 잠재적인 유권자로 보고 우리나라에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원한다”는 극단적 주장을 펴는 데 열을 올렸다. 아동학대라는 비판에 맞서 불법 이민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 공포심을 조장해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참모들도 인도주의적 고려보다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최근 3개월 간 남쪽 국경 지대에서 매달 5만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넘어왔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라며 “불법 입국한 부모는 미국 법이 규정한 범죄자이며, 우리는 명시된 법을 집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녀 격리가 아동 학대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식사와 교육,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닐슨 장관은 미국보안관협회 행사에서도 “우리는 미국인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적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다. 더 이상의 무료 입장권, 석방권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사태를 관련 입법에 협조하지 않은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은 “장벽을 세우고, 무법 행위를 끝내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런 끔찍한 선택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의회를 탓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벤 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족 분리는 사악한 것이며, 아이들에게 해롭다”며 해당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 허드 공화당 하원의원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이라며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떼어 놓는다고 해서 테러리스트들과 마약이 국내로 유입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2는 불법이민자들의 자녀를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현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28%만이 이 조치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불법 이민자가 국경을 넘을 경우 예외 없이 체포해 기소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들이 교도소에 구금되고, 이들의 자녀는 별도의 보호시설로 보내지면서 2,000여명의 아동이 격리 수용돼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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