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트릭인가?” “주전 골키퍼가 다쳤나.”
한국 축구대표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시작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전광판과 스피커를 통해 스웨덴과 F조 1차전 선발 명단이 소개되자 곳곳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선발 골키퍼로 이름을 올린 조현우(27ㆍ대구FC)를 두고 한 얘기였다. 16강 진출을 위해 명운을 걸어야 할 스웨덴과 첫 판에 김승규(28ㆍ비셀고베) 김진현(31ㆍ세레소오사카) 같은 A매치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대신 생소한 이름에 한껏 멋을 부린 K리그1 최하위 팀 주전골키퍼를 내보냈으니,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 입장에선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그가 달고 나온 등 번호 23번은 2002 한일월드컵 대표 최은성, 2014 브라질월드컵대표 이범영이 달았다가 단 한 차례도 뛰지 못한, 대표팀 ‘3번째 골키퍼’의 상징이기도 했다.
조현우는 그러나 전광판과 TV 앞에 모인 시민들 걱정을 전반 45분만에 말끔히 씻어냈다. 전반 20분 단독으로 맞선 마르쿠스 베리(32ㆍ알아인)의 슛을 허벅지로 막아내더니, 그 뒤로도 정확한 판단력과 민첩한 움직임으로 스웨덴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전반전이 끝나자 광화문광장 여기저기선 “조현우 대박”이란 찬사가 터져 나왔다. 후반 45분이 다 지난 뒤, 그는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주목하는 스타가 돼 있었다. 비록 후반 20분 비디오판독(VAR) 판독 끝에 주어진 상대 페널티킥까진 막아내 못하면서 0-1 패배의 쓴맛을 봤지만, 그에 앞선 상대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올라 토이보넨(32ㆍ툴루즈)의 위협적인 헤딩슛을 막아내는 등 이날 활약은 경기를 지켜본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경기 종료 후 영국 방송 BBC에선 그에 양팀 통틀어 최고 평점(7.48)을 매기며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엔 “그의 선방이 없었다면 전반에만 2,3골은 내줬을 것”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영국 축구전문 매체 HITC에선 “조현우를 영입해야 한다”는 리버풀 팬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스웨덴전에서 보인 강렬한 활약에 자신의 별명 ‘대 헤아(대구FC의 데 헤아)’의 모티브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와 견줄 만한 선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날 패배로 한국대표팀의 16강 가는 길은 더 험난해졌지만, 조현우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기 후 그는 “멕시코는 역습이 빠르지만 (경기는)끝까지 해봐야 아는 것”이라며 “잘 준비한다면 안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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