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안벚꽃로에는, 최근 양 손에 재활용품을 들고 걸어 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행렬은 ‘작은도서관’ 옆 파란색 기계 앞에서 멈춰 선다. 자판기처럼 보이는 이 기계는 다름 아닌 재활용 수거 로봇, ‘네프론’이다. 국내 기업인 ‘수퍼빈’에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캔과 페트병을 자동 선별하고 압착해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캔은 한 개당 15포인트, 페트병은 10포인트가 적립되는데 2,000포인트가 넘어가면 현금화해 쓸 수 있다 보니 주민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조기호 구 자원재활용 팀장은 “선별 기술이 종이류, 스티로폼, 비닐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면 얼마 전 있었던 ‘쓰레기 대란’과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올 안에 경희대, 한국외대 등 관내 대학으로 확대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IoT를 활용해 쓰레기부터 미세먼지까지 각종 도시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IoT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 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사물들이 스마트기기화하는 것이다. 네프론도 IoT를 접목, 온라인 기반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현장에 가 보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수거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IoT 기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안전’이다. 김태균 시 정보기획관은 “특정 장소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안전 관리에 IoT를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지능형 화재 감지시스템’은 상용화 단계에 돌입했다. 시는 지난해 전통시장인 강동구 암사시장과 둔촌시장에 지능형 화재 감지기 243개를 설치 완료했다. 불이 나면 벨만 울리는 차동식 화재감지기와 달리, 지능형 화재 감지기는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이와 동시에 점포 주인, 서울종합방재센터, 관할 소방서에 바로 통보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암사시장 상인회 관계자 A씨는 “상인들이 안심하고 퇴근할 수 있다는 게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밤에는 상주 인력이 없는데다 점포간 간격이 좁아 전통시장 상인들은 항상 대형 화재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2016년 발생한 화재는 1,3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재산 피해를 냈다. 시는 지능형 화재 감지시스템을 올해 시내 20개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oT를 활용해 노약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서비스도 쏟아지고 있다. 시가 올해 총 2,100명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독거노인 안전ㆍ건강관리 솔루션’ 사업은 집 안 내부의 움직임이 복지관 담당 생활관리사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송되는 서비스다. 복지관과 자치구 상황판으로도 통보된다.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생활관리사가 즉시 연락하거나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서울 노원구의 특수학교인 동천학교는 2학기부터 학생 안전 관리에 IoT 기반 서비스를 도입한다. 학생들이 수업 중 교실이나 지정된 장소를 이탈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동일 동천학교 교육정보부장은 “스쿨버스에도 센서를 달아 등하교시 학생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추진 중”이라며 “학부모들의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대책 마련에도 IoT가 활용되고 있다. 다음달부터 ‘어린이집 IoT 실내공기질 서비스’가 서울 어린이집 600곳에서 시작된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온ㆍ습도를 측정해 일정 기준 초과시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간다.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선 온ㆍ습도, 미세먼지 정도에 따라 미스트를 자동 분사해 도심 속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미세 분무 자동제어 시스템’을 실험 중이다.
일각에선 IoT 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 기반으로 생활 환경이 재편되면 비숙련 일자리가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사람들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업무나 정밀한 정보 수집에 우선적으로 IoT를 접목한다는 방침이다.
한재훈 시 사물인터넷정책 팀장은 “미세먼지 측정만 해도 IoT 기반 센서를 쓰면 좀 더 세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IoT는 스마트시티의 첨병”이라고 말했다. 김태균 시 정보기획관도 “IoT가 접목되면 그간 사람이 하기 어려웠던 광범위한 도시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과학적인 행정’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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