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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키의 역습’에 무너진 전차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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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키의 역습’에 무너진 전차군단

입력
2018.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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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축구대표팀의 '처키' 이르빙 로사노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 중 골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멕시코 축구대표팀의 '처키' 이르빙 로사노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 중 골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처키’의 역습이 지축마저 뒤흔들었다.

공포영화 주인공 ‘처키’처럼 침대 밑에 숨어 동료를 놀라게 하는 장난을 자주 걸어 별명이 붙은 이르빙 로사노(23ㆍ아인트호벤)가 이번엔 골 한 방으로 세계 축구를 놀라게 했다. 로사노의 슈팅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멕시코시티에선 인공지진마저 관측됐다.

멕시코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예선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 전만 해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독일이 월드컵 본선 1차전에서 진 건 서독 시절인 1982년 대회 이후 처음이다.

독일을 잡기 위해 맞춤형 전술을 들고나온 멕시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지역 예선에선 경기 내내 압박을 펼쳐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풀어가는 전술을 지향했던 멕시코지만, 이날 경기에선 수비와 미드필더의 폭을 좁혀 수비벽을 두 겹으로 세운 뒤 주로 역습을 이용해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공격이 실패했을 땐 곧바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ㆍ웨스트햄)를 중심으로 로사노-카를로스 벨라(29ㆍLA FC)-미겔 라윤(30ㆍ세비야)으로 구성된 공격진은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기자마자 압박해 독일의 공격 전개를 방해했다. 전방에서부터 공을 막아내다 보니 멕시코는 독일(110km)보다 적은 거리(106km)를 뛰고도 효율적인 수비를 해냈다.

멕시코의 거센 압박에 지친 독일은 여간해선 보기 힘든 스로인 파울도 범하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티모 베르너(22ㆍ라이프치히) 등 독일 공격진은 수비에 가로막혀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고, 그나마 시도한 슈팅은 멕시코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33ㆍ스탕다르 리에주)의 선방에 막혔다.

멕시코 축구대표팀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왼쪽)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 중 마리오 고메즈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멕시코 축구대표팀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왼쪽)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 중 마리오 고메즈의 슈팅을 막아내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반면, 멕시코가 순간순간 시도한 역습은 효과적이었다. 멕시코 진영에서 차단된 공은 한 두 번의 패스를 거쳐 최전방까지 전달됐다. 대표팀 경기에서 좀처럼 바쁜 적이 없었던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32ㆍ바이에른 뮌헨)는 역습 때마다 골문으로 들어오는 공을 막아내느라 쉴 틈이 없었다.

전반 35분, 멕시코는 결국 역습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치차리토의 패스를 받은 로사노가 침착하게 수비수를 제친 뒤 슈팅한 공은 노이어 옆을 스쳐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반대편에서 빠르게 들어오던 로사노를 독일 수비가 놓친 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독일은 사미 케디라(31ㆍ유벤투스) 등을 빼고 마르코 로이스(29ㆍ도르트문트)와 같은 공격적인 선수들을 투입해 흐름을 바꾸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라파엘 마르케스(39ㆍ아틀라스) 등을 투입하며 5백으로 전환한 멕시코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막바지엔 노이어까지 공격에 투입하며 골을 노렸지만, 한 점 차를 끝내 따라잡진 못했다.

독일은 점유율, 패스 성공률 등 경기 데이터에선 앞섰지만, 결국 최종 스코어에선 웃은 건 멕시코였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경기 후 “너무 쉽게 공을 잃어 멕시코 역습에 당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이날 경기 결과로 한국은 2차전 상대인 멕시코의 전방 압박과 빠른 역습을 대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마지막 경기까지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독일을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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