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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3D프린터로 엔진부품 제작… 로켓 발사비용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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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 3D프린터로 엔진부품 제작… 로켓 발사비용 뚝!

입력
2018.06.19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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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공위성용 우주발사체 시장 제작비 절감 경쟁 치열해 #2 천리안 시리즈 띄우는 ‘아리안5’ 1kg 쏘아올리는데 8500달러 다음 버전은 6800달러 될 듯 #3 경쟁자 스페이스X “재활용 도입” 2600달러 밑으로 떨어뜨릴 기세 한국은 소형 로켓 틈새시장 도전
검은색 원통 형태의 위성덮개 ‘실다5’ 위에 또 다른 위성이 설치된 모습.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검은색 원통 형태의 위성덮개 ‘실다5’ 위에 또 다른 위성이 설치된 모습.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검은색 커피 캡슐처럼 생겼죠?”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40㎞ 떨어진 소도시 레뮈로의 아리안스페이스 발사체 조립동. 줄리안 워틀레 아리안스페이스 홍보실장대행이 검은색 둥근 덮개를 가리키며 물었다. ‘실다5’로 불리는 이 위성 덮개의 지름은 4.5m, 높이는 3.2m다. 그렇지만 무게는 440㎏ 정도로 가볍다. 가벼운 탄소 소재로 만들어서다. 워틀레 실장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다5는 위성 두 대를 한꺼번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아리안5의 주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체가 위성을 우주로 올려놓으면 실다5 위에 장착된 첫 번째 위성이 분리돼 제 궤도를 찾아가고, 실다5 안에 있던 또 다른 위성 역시 자기 위치를 찾아간다. 현재 높이가 다른 7종의 실다5가 운영 중이다. 발사를 의뢰받은 위성 크기에 따라 실다5의 높낮이를 조정, 가급적이면 위성 2개를 한꺼번에 쏘아 올리기 위해서다. 워틀레 실장은 “경제성을 살리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리안스페이스는 1980년 설립돼 전 세계 인공위성 발사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다국적 우주개발업체다.

아리안스페이스 소속 연구원들이 차세대 우주발사체인 아리안6에 사용될 벌케인2.1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아리안스페이스 소속 연구원들이 차세대 우주발사체인 아리안6에 사용될 벌케인2.1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아리안6 발사비용, 아리안5의 절반”

이곳에선 실다5 이외에도 25m 높이의 연료통, 액체헬륨 탱크, 1ㆍ2단 로켓 연결부 등 유럽 각지에서 온 다양한 아리안5 1단 로켓 부품들이 조립 중이었다. 아리안5는 유럽 12개국에서 부품을 만든다. 조립을 마친 아리안5는 무진동 차량에 실려 바다와 연결되는 센강에서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의 프랑스령 기아나에 위치한 쿠루우주센터로 옮겨진다. 여기서 의뢰받은 세계 각국의 위성과 최종 조립된 뒤 우주로 향하게 된다.

임무 기간이 2020년 3월까지인 천리안 1호를 대체할 기상위성 천리안 2A호 역시 오는 11, 12월 사이 쿠루우주센터에서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천리안 2A호는 고도 3만6,000㎞ 상공에서 자전 속도에 맞춰 지구를 공전하며 한반도와 주변의 기상, 우주 기상 등을 관측하게 된다.

자크 브르통 아라안스페이스 부사장은 “민간 우주발사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발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리안6의 발사비용은 아리안5의 절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안6는 2020년 처음 발사된 뒤, 2023년부터 상업 발사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세대 우주발사체인 ‘아리안6’에서 1단 고체 부스터 4개가 분리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세대 우주발사체인 ‘아리안6’에서 1단 고체 부스터 4개가 분리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아리안6에는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이 적용됐다. 작은 엔진 부품은 3차원(3D) 프린팅으로 만든다. 비용이 적게 들고 더욱 수월하게 부품을 얻을 수 있어서다. 발사체 조립을 수직 조립(아리안1~5) 방식에서 수평 조립으로 바꾼 것도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수직조립 방식은 중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쌓아 올린 부분을 지표면에 내려 점검하고 다시 쌓아야 하지만 수평조립 방식은 그럴 필요가 없다. 또한 높은 추력을 얻기 위해 아리안6 1단 발사체 옆에 붙이는 고체 부스터를 소형 발사체(베가C)의 1단 발사체로 쓸 계획이다. 하나의 부품을 다양하게 사용해 제작 원가와 발사비용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브르통 부사장은 “소형 통신위성을 최대 80개까지 동시 발사하는 등 아리안6는 다양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의 약진…아리안 발사체 경쟁력 위협

이 같은 노력은 급증하는 위성 발사 시장에서 우위 차지하기 위한 발사체 비용 절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이동통신ㆍ관측ㆍ과학탐사를 위해 위성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위성산업 규모는 올해 2,830억900만달러(약 304조8,000억원)에서 2040년 5,274억9,300만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위성 서비스와 지상 장비 제조, 위성 발사 등 관련한 모든 산업 규모를 합한 금액이다. 그중에서 위성 발사 시장은 같은 기간 69억7,700만 달러(7조5,100억원)에서 110억9,600만 달러로 약 1.6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리안6의 경쟁력에 대해 워틀레 실장은 “많은 발사 경험과 높은 발사 성공률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아리안5는 1996년 처음 발사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98번의 발사됐다. 그중 93번이나 발사에 성공했다. 94.9%의 발사 성공률이다. 앞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천리안 2Aㆍ2B 발사체로 아리안5를 선정하면서 같은 이유를 들었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사업체 스페이스X의 발사체도 수주 경쟁에 나섰으나, 아리안5와 경쟁해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추격이 거세다. 1단 로켓을 재활용해 발사비용을 기존의 1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데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등에 업고 빠르게 발사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아리안 발사체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1㎏을 지구 저궤도까지 올리는데 드는 비용이 아리안5는 8,476달러, 아리안6는 6,806달러다. 반면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은 2,684달러다. 전 세계 주요 발사체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1단 로켓 재활용까지 상용화하면 발사비용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스페이스X는 이미 2015년 1단 로켓 재활용에 성공했다.

자료: 미국연방항공국(FAA)
자료: 미국연방항공국(FAA)
한국은 소형 발사체로 틈새시장 노려

한국 역시 위성 발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통해 2021년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 올려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이후 상용위성 발사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형 발사체의 탑재 중량은 1.5톤에 불과하다. 아리안6는 최대 20톤(지구 저궤도 기준)이다. 이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일본 H-II, 중국 창청(長征) 로켓조차 발사체 시장을 선점한 미국ㆍ유럽의 견제에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한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이 독자 발사체 기술 확보에 나서는 건 우주개발 시대에 ‘위성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면 국내 위성의 발사목적ㆍ재원 등이 해당 국가에 넘겨진다. 자력 발사를 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 500㎏ 이하 소형 위성 수요증가 발맞춰 한국형 발사체를 소형 발사체 전용으로 개발하면 미국ㆍ유럽 등 대형 발사체와의 경쟁을 피하면서 ‘틈새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옥호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은 “발사체 기술 확보 뒤에는 제작공정 안정화, 추가 설계개선을 통해 발사체 단가를 현재의 절반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발사체는 우주개발시대에 우주탐사 능력을 확장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파리ㆍ레뮈로(프랑스)=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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