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의 에어버스 D&S(Defence&Space) 조립 공장. 울퉁불퉁한 톱니바퀴 6개가 달린 기기의 진동 시험이 한창이었다. 길렘 볼츠 홍보담당은 “엑소마스 프로그램에 쓰일 이동형 탐사로봇의 시험모델”이라며 “진동을 줘 발사 충격에도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주발사체가 발사될 때 발생하는 진동을 2분마다 주는 것으로, 가로ㆍ세로ㆍ위아래 방향으로 1주씩 총 3주간 진행된다. 진동 시험을 통과한 시험모델은 발사체가 내뿜는 엄청난 굉음을 견딜 수 있는지 살펴보는 음향 시험과 전자파 시험을 추가로 거친다. 영하 120도 환경에서 제 기능을 유지하는지도 점검받는다. 하루에 기온이 영하 284도에서 영상 86도까지 넘나드는 화성의 혹독한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볼츠 홍보담당은 “시험모델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이와 똑같은 진짜 탐사로봇은 별도의 실험 없이 화성으로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엑소마스는 우주생물학(exobiology)과 화성(Mars)의 합성어다.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탐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생명체의 대사활동이나 지질 활동으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화성의 대기ㆍ암반 등에 얼마나 존재하는지, 생성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목적이다.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MOS)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ESA 네덜란드연구소(ESTEC)의 피에트로 배그리오니 엑소마스프로그램 연구원은 “우주탐사는 많은 비용과 높은 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2016년 3월 14일 두 기관이 발사한 가스추적궤도선(TGO)은 현재 화성 상공 400㎞에서 대기 중의 메탄가스를 탐지하고 있다. 하지만 TGO와 함께 화성으로 향한 착륙선 ‘스키아파렐리’는 추락했다. 스키아파렐리는 1877년 화성의 수로(水路)인 카날리를 처음으로 관측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툴루즈에서 시험 중인 이동형 탐사로봇은 오는 2021년 화성으로 발사된다. 이 로봇은 화성 지표 아래 2m 깊이의 구멍을 뚫어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중국국가항천국(CNSA),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주국 등도 화성 탐사를 계획 중이다.
현재 화성 탐사의 선두에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봇 ‘소저너’는 이미 199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성에 착륙, 83일간 탐사 임무를 벌였다. 2004년엔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2012년에는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도착했다. 화성탐사로봇인 오퍼튜니티와 큐리오시티는 현재도 활동 중이다.
NASA는 지난달 5일 새로운 화성탐사선 ‘인사이트’도 쏘아 올렸다. 인사이트는 오는 11월 26일 화성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 화성 땅속 탐사에 나선다. 기존 지표면 탐사 활동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이트는 로봇팔로 지하 5m까지 파고 내려가 땅속 온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지진계로 지진 파동도 분석한다. NASA는 지각 두께 등 화성 내부구조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이 화성 탐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태양계에서 ‘제2의 지구’ 건설에 최적화한 환경을 화성이 갖고 있어서다. 앞서 2015년 3월 NASA는 “한때 화성의 20%에 달하는 면적이 바다였다”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까운 시일 내에 화성에서 물과 생명체 탐사와 관련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스페이스X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화성 탐사의 목적은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2022년 화성으로 화물 수송을 시험한 뒤 2024년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낸다는 계획이다.
툴루즈(프랑스)ㆍ암스테르담(네덜란드)=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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