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선거패배의 후유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도 한번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냉랭하고, 당 내부에서는 수습보다 ‘네 탓’ 공방만 하는 몰락한 당의 전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선거 패배와 홍준표 대표 사퇴 이후 한국당의 기능은 사실상 올스톱 된 상황이다. 선거 다음날인 14일부터 17일까지 각종 현안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서두르고 있지만, 당 기능이 마비된 한국당 처지에 이에 제대로 호응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의원들도 당의 앞날을 쉽게 얘기 못하는 모습이다. 15일 의원총회에서 조기 전당대회보다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대략적인 방향만 잡았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검토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당 내부의 자중지란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당 대표에서 물러난 홍 전 대표는 사퇴 이틀 만인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을 겨냥했다. 홍 대표는 구체적으로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 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 차례 하고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 얼굴과 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을 인적 청산 대상으로 꼽았다.
홍 전 대표의 언급에 한나라당 출신인 전여옥 전 의원도 가세했다. 전 전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홍 전 대표의 마지막 막말은 들을 만 하다”고 운을 뗀 뒤, 15일 중진들의 정계은퇴를 주장한 정종섭 의원을 겨냥해 “서울대 법대 교수에 헌법학 책도 썼던 분이 ‘진박모임’ 인증사진 찍을 때 ‘저 사람 권력욕 참 대단하다’ 싶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도 했고 홍 전 대표 얘기 중 해당 사항이 많은 의원”이라고 꼬집었다. 주초 당 중진과 재선 의원 모임 등이 예정돼 있지만, 내홍이 가중되면서 당분간 수습책 마련도 난망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더구나 “반성하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섣부른 좌클릭은 더 문제”라며 “이번 선거에서 콘크리트 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김진태 의원 같은 극우보수 기류도 여전히 당에는 남아 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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