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지난 14일 열린 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에 집중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 문제가 제기되었다고 한다. 남측이 실질적인 군사 위협을 제거해 군사 긴장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자, 북한은 이를 거절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상호 조치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약속한 만큼 향후 군사회담에서 충분히 거론될 수 있는 사안이다. 장사정포는 재래식 무기이지만 남측에는 핵ㆍ미사일 못지 않게 위협적이다. 사거리 40~60㎞로 유사시 인구 2,500만 명이 넘는 서울과 수도권을 초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600문을 넘어서는 대규모인데다 발사 때 이외에는 진지에 은폐해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타격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이 이런 위력적인 무기의 후진 배치를 조건 없이 받아들일 리 없다. ‘상호주의’를 내세워 남측과 주한미군도 상응한 전력 이동 조치를 해주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남측의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포, 동두천 미 2사단의 전술지대지 미사일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칭적으로 이동 가능한 무기와 전력이 어떤 종류의 어느 규모인지는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따져봐야겠지만 원칙적으로 검토 못할 이유가 없다.
판문점 남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회담으로 한반도가 전에 없던 군사긴장 완화의 기회를 맞았다. 남북이, 북미가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상대를 의심하는 근거였던 군사적 위협 요소들을 서로 주고 받듯 줄여가야 한다. 북한은 6개월 전부터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지했고 핵실험장도 공개 폐기했다.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는 정례 군사훈련 중지를 검토 중이다. 휴전선 인근 장사정포 후퇴와 상응한 한미 군사력 이동도 이런 긴장 완화ㆍ신뢰 구축의 일환이다. 이어질 장성급ㆍ장관급 군사회담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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