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선 언제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14번의 본선 진출에 성공한 스페인은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대회에선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FIFA 랭킹 10위인 스페인은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지역에서도 9승1무의 성적과 함께 조 1위로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면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확인 시켰다.
하지만 러시아월드컵 개막 직전, 터진 ‘감독 교체’란 대형 악재에 기대는 우려로 변했다. 최근 2년 동안 스페인 대표팀을 이끌었던 훌렌 로페테기(52) 감독이 지네딘 지단(46)에 이은 레알 마드리드의 후임 수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에 분노한 스페인 축구협회에서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스페인 축구 대표팀을 맡은 페르난도 이에로(50) 감독은 자국내에선 전설적인 수비수로 통했지만 감독으로서의 뚜렷한 족적은 남기진 못했다. 지난 2014년 레알 마드리드 코치를 거쳐 2016-17시즌에는 스페인 2부리그인 오비에도를 지휘한 게 이에로 감독 경력의 전부다. 16일 포르투갈과 벌인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다잡았던 승리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레알 마드리드)의 해트트릭에 막혀 무승부로 마무리하면서 이에로 감독에 대한 주변의 걱정이 더해진 이유였다. 최근 12년 동안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불명예스러운 기록(2승 4무 7패)도 이어갔다.
감독 교체 후유증을 걱정하는 일부 시선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에로의 지휘 아래 스페인은 짜임새 갖춘 경기력으로 맞섰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 팀 분석관인 안드레 팀은 “스페인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 데뷔가 인상적이었다”며 “미드필더는 훌륭했고, 스페인은 이번 포르투갈 무승부 경기에 상당히 만족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런 평가는 포르투갈과 벌인 경기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FIFA에 따르면 패스에서 스페인은 727회로, 포르투갈의 366회를 압도했다. 볼 점유율에서도 61%를 가져간 스페인은 39%에 그친 포르투갈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스페인에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ㆍ빗셀 고베), 세르히오 부스케츠(29ㆍ바르셀로나), 조르지오 코케(26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내로라 한 미드필더들이 정교한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포르투갈 문전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이에로 감독은 또 주전 골키퍼인 다비드 데 헤아(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가 실수로 호날두에게 두 번째 골을 헌납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벤치에서 차분하게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로 스페인 감독은 포르투갈과의 경기 직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미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 전술은 준비돼 있었고 그 계획을 그대로 고수했다”며 “우리 팀은 가족이고 다음 경기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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