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전개될 북미 협상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주요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면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연두교서에서 소개한 탈북자 집단이 강한 대응을 주문하고, 미 언론과 의회도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론이 불리하게 전개되자, 백악관이 긴급하게 나서 북한 인권문제를 소홀히 다루지 않겠다고 해명했지만 북한 정권 체제보장과 북한 인권이 갖는 상충관계 때문에 향후 북미 협상과정에 이 문제가 민감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15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하원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를 제한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북한 정권의 잔혹한 인권 유린 행위 개선 없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한 브랜던 보일 민주당 하원의원실이 VOA에 공개한 법안 초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북한 인권 개선 상황에 관한 의회 승인을 거쳐야만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 대북제재 완화뿐 아니라 유예, 해제의 경우도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 법안은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정치범 수용소 운영을 비롯해 끔찍한 인권 유린 행위의 중단 ▦북한 정권이 저지른 반인권 범죄 행위 공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불법으로 억류하고 고문한 뒤 살해한 데 대한 공식 사과다. 현실적으로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 의회 내부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에서 인권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주류 언론도 탈북자 사례를 집중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컬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경제적 지원 등을 토대로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는 트럼프 대통령 이론은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해외에서 북한 인권개선에 적극 노력하는 탈북여성 박연미씨의 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미 의회에서 연두교서 연설을 지켜본 탈북민 지성호씨도 VOA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와 일반 여론이 악화하자 당초 인권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던 백악관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인권유린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한 기자가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올해 연두교서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왜 북한의 잔혹한 행위들을 지나치려 하느냐”고 묻자 “대통령은 무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의 인권 기록과 학대를 제기해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에서 행해진 인권유린과 처형들에 대한 질문에 '다른 많은 이들도 정말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받아넘긴 데 대해서는 "다시 말하건대 분명히 이는 사실에 기반을 둔 발언"이라며 "많은 사람이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정상회담의 목적은 비핵화와 (북한의) 더 밝은 미래에 초점을 두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남우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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