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위기, 이탈리아 정치 불안, 중국 실물 지표 부진 등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가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만 홀로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ㆍ연준)는 1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1.75∼2%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최근 경기 호조 자신감에 힘입어 긴축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연내 총 인상 횟수 전망도 3차례에서 4차례로 올려 잡았다. 미국 경기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를 넘어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들은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다. 당장 유럽중앙은행(ECB)만 해도 14일 통화 정책 회의에서 연내 양적 완화 종료를 발표했으나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현재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에 나설 만큼 경기회복세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프랑스 노동계 파업, 이탈리아 정치 불안, 경기 지표 부진 겹치면서 ECB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4%에서 2.1%로 내려 잡았다. 유로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1.88% 떨어지며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특히 중국, 미국과 더불어 세계 3대 수출 무역국인 독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WSJ는 고급 승용차와 기술공학적 제품의 해외 수요로 수년 간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 온 독일의 연간 성장률이 지난 1분기에 절반 정도 하락했다고 전했다. 독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2.5%에서 올해 1분기에는 1.2 %로 떨어졌다. 같은 시기인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3 %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2008년 금융 위기로 침체에 빠졌던 세계 경기가 미국 주도로 지난해 말부터 회생하기 시작해 올해 확장세로 접어들 것이란 ‘경기 동조화’ 관측이 급격히 힘을 잃게 됐다.
베세머 트러스트의 홀리 맥도날드는 "유럽을 보면 지난해 우리가 목격했던 매우 강력한 모멘텀이 올해는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경기에 자신감이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인민은행은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인 14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 등을 동결하면서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것은 지난달 생산, 판매, 투자 등 실물 지표 3인방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OCBC뱅크의 토미 시에는 “이들 지표로 볼 때 중국이 조심스러운 행보를 밟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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