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최초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39살 노장부터 난민 출신 수비수, 한국 K리거가 포함된 ‘사커루(축구와 캥거루를 합친 별칭)’ 호주 대표팀이 16일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후보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프랑스 페루 덴마크 등 강팀들과 함께 C조에 속한 호주는 깜짝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
호주 대표팀을 이끄는 노장 팀 케이힐(39)은 2017-2018시즌을 호주 A리그 멜버른시티에서 시작했으나 주전 경쟁에 밀리자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한 뒤 영국 챔피언십(2부) 밀월로 이적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 월드컵에서 뛰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밀월에서 10경기 동안 63분 밖에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인정해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까지 3개 대회에 연속 출전해 모두 골을 기록한 케이힐은 4개 대회 연속 골에 도전한다.
일본 J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서 뛰는 수비수 밀로스 데게네크(24)는 난민 출신이다. 미국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데게네크는 1994년 크로아티아 크닌의 세르비아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데게네크 가족은 독립전쟁이 계속됐던 크로아티아를 떠나 슬로베니아 아란젤로바츠로 옮겨 갔으나 1999년 코소보 사태로 나토가 유고슬라비아 공습을 개시하면서 난민 신분이 됐다. 데게네크는 가족과 함께 이듬해 호주 시드니 인근 캠시에 정착한 뒤에야 안정을 찾았다.
형과 함께 축구를 즐기던 데게네크는 201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유스팀에 입단했고 이듬해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세르비아 19세 이하 대표팀에서 활약한 데게네크는 결국 호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2016년부터 호주 대표팀 주축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호주는 나와 내 가족에 새 세상을 열어줬다.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게네크를 비롯해 호주 대표팀에는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10월 28살 늦은 나이로 시리아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매튜 저먼(29)은 K리그 수원 삼성 블루윙즈 소속 수비수다. 2017년 시드니FC에서 이적해와 왼쪽 수비수로 활약했다. 미드필더 앤드류 나바웃(26)은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에서 뛰고 있다.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하는 베테랑 수비수 마크 밀리건(33)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에서 활약 중이다. 호주 대표팀에는 지난해 울산 현대에서 짧게 뛰었던 공격수 디미트리 페트라토스(26ㆍ뉴캐슬 유나이티드 제츠), 이란 출신의 미드필더 대니얼 아르자니(19ㆍ멜버른 시티)도 포함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