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반도체 제조기업에 좌우되는 경향이 한층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오히려 악화됐고 매출액은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자 증가율이 반토막 났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분기별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고치인 8.8%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기업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7.1%에서 7.4%로 개선됐다. 그러나 양대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 수치는 6.1%에서 5.3%로 0.8%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최근 자동차 제조사 실적 부진으로 반도체 주력 기업을 제외하면 기업 영업이익률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체 기업 매출액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올해 1분기 3.4%를 기록,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5.7%)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같은 기간 6.3%에서 3.4%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것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반도체 D램 가격상승률(전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42.1%에서 1분기 26.2%로, 석유제품은 14.8%에서 8.7%로 각각 내려앉았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데도 영업이익률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고성능 반도체 공급 증가로 수익성이 향상된 것이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매출ㆍ수익 실적에서 반도체가 갖는 중요성은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가 속한 기계전기전자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15.40%로, 평균의 두 배 수준이다. 1년 전(10.63%)에 비해서도 5%포인트 가까이 개선된 수치다. 반면 매출 비중 2위 업종인 운송은 자동차, 조선 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분기 4.34%에서 1.94%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증가율은 -3.58%에서 -9.50%로 더욱 악화됐다. 중소기업의 매출 감소(-1.2%)도 자동차 업종 부진 탓이란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하면 운송업 비중이 가장 높은데, 이는 대형 자동차 제조사의 하청업체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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